5명 중 1명꼴로 7, 8월에 발병… 당뇨 있다면 심혈관질환으로 악화
발진 오르면 72시간 내 치료해야… 뇌수막염 등 합병증 막을 수 있어
백신 맞고 영양분 섭취해 예방을
대상포진은 폭우와 장마, 폭염이 연이어 찾아오는 여름철에 발병률이 높다. 여름철 무더위로 체력 저하와 피로 누적이 계속되면서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쉽고 노출이 많아지면서 피부가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 약 5명 중 1명은 7, 8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윤영경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대상포진의 위험성과 치료법, 예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 높일 수 있어
대상포진은 신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어렸을 때 체내에 침투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을 억제하는 면역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면역 저하 질환자의 발병 위험이 높다.
윤 교수는 “국내 50세 이상 성인의 98%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나이와 면역 관련 질환, 심혈관질환, 신경계 질환 등은 면역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특히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염증 반응이 악화돼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대상포진 예방에 각별히 조심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4%는 50대 이상이다. 또 당뇨병·고혈압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릴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는 당뇨병·고혈압이 없는 환자 대비 각각 53%, 52% 증가했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대상포진 발병 시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해당 질환 비보유자 대비 2.9배 높았다. 심근경색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린 경우 30일 이내 심근경색 재발 위험이 심근경색 과거력이 없는 환자 대비 121.8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발진 72시간 내 치료 및 예방해야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수일 또는 수 주 내에 편측성, 수포성 발진이 발생하는 증상을 보인다. 또 전기 감전 같은 통증, 찌르는 듯하거나 덴 듯한 느낌, 쇼크와 같은 통증 등 심한 통증도 동반된다. 발진으로 인한 통증 후에도 수 주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부터 안면 흉터, 시력 상실, 신경마비, 뇌수막염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통증은 산통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대상포진 치료는 발진 발생 72시간이 지난 후 시작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가능한 빨리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와 면역 저하자는 대상포진 중증도 및 합병증의 위험이 심각할 뿐 아니라 재발률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영양 섭취, 정신적 안정과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는 △고령이면서 혈액암, 고형암, 장기 이식,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악성 질환을 가진 환자 △면역억제제를 많이 복용하는 환자 △젊은 면역 저하자와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자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 △건강한 만 50세 이상 고령자 등의 순이다. 윤 교수는 “고령자와 면역 저하자의 대상포진 발병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당되는 이들은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라도 대상포진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재조합 백신 우선 권고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제조 방법에 따라 약독화 생백신과 사백신(재조합 백신)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생백신은 접종 후 대상포진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상포진 발병 시 중증도 및 후유증 가능성이 높은 암환자, 고형 장기 이식 환자, 혈액암 환자 등 면역 저하자 대상 접종이 불가하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는 만 50세 이상 성인(97.2%)뿐 아니라 당뇨병 (91.2%), 고혈압(91.9%), 이상지질혈증(91.2%) 및 관상동맥(심장) 질환(97.0%)을 가진 환자로부터 높은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또 10년 경과 시점까지 89.0%의 예방 지속성을 보였다. 생백신 접종이 어려운 면역 저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다.
윤 교수는 “생백신은 장기 예방 효과와 접종 대상에 한계가 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 보건 당국도 고령층 및 면역 저하자의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재조합 백신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 국내에선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선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NIP를 통해 면역 저하자 대상포진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국내에서도 대상포진 백신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