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독점 역풍 맞은 구글… “크롬-안드로이드 처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5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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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무부, 기업 분할 검토
美법원, 온라인 광고 독점도 지적
경쟁사와 데이터 공유 강제 전망도
MS때처럼 법적공방 끝 합의 볼수도


미국 정부가 ‘기업 분할’ 카드까지 꺼내며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을 깨려는 것은 거대 기업의 독점이 산업 발전과 소비자 이익을 저해한다는 오랜 믿음 때문이다. 앞서 미 수도 워싱턴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 역시 286쪽에 걸친 판결문을 통해 “구글의 유통 계약은 일반 검색 서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배제했고 경쟁사의 경쟁 기회를 손상시킨다”며 “구글이 휴대전화와 브라우저에서 유통을 독점했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 가격을 꾸준히 인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에 대한 기업 분할 고려는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를 분할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뒤 미 정부가 불법 독점을 이유로 회사를 분할하려는 첫 번째 움직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AT&T부터 MS까지… 독점 기업 분할 시도


미국은 42년 전인 1982년 미 전역의 통신산업을 지배하던 공룡 기업을 분할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대부분의 전화 통신을 독점하고 있던 거대 기업 AT&T에 대해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해 7개의 지역 벨 운영회사로 쪼갰다.

이는 미 통신산업의 근간을 바꾼 결정적 순간으로 꼽힌다. AT&T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새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했고 소비자 이익 개선과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1998년 미 정부는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MS가 막강한 윈도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끼워팔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000년 연방 판사는 MS를 분할하라고 명령했지만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MS는 기술을 공유하고 끼워팔기 관행을 시정하기로 합의해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당시 주요 법적 판결이 유지됐기에 MS는 신생 인터넷 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외신들은 “덕분에 구글과 같은 젊고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OS-웹브라우저 사업 매각 가능성


구글의 온라인 검색 관련 독점에 대해 법무부가 기업 분할이라는 제재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구글 분할이 실제 추진된다면 여러 사업부 중 안드로이드 OS, 웹브라우저 크롬의 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안드로이드 OS와 크롬을 강제 처분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OS와 크롬 모두 시장에서 점유율이 매우 높은 상태라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더라도 다시 반독점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은 약 70%, 데스크톱 기준 크롬 점유율은 약 75%다. 구글의 글로벌 검색 서비스 시장 점유율 또한 89.2%에 달한다.

그간 구글의 경쟁사인 MS 등은 구글의 검색 우위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유리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법원이 구글의 데이터를 경쟁사에 양도하거나 라이선스를 부여해 공유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제품에서도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을 방지하겠단 의도다.

● 핵심은 기술 및 서비스 공유

메흐타 판사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독점 역시 문제 삼았다. 구글 매출의 약 3분의 2가 검색 광고에서 나온다. 이에 구글이 소유한 온라인 텍스트 광고 플랫폼인 애드워즈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드워즈는 키워드 검색 때 특정 기업의 홈페이지나 제품을 가장 먼저 노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의뢰 기업이 모든 콘텐츠를 넘겨야 하므로 애드워즈를 통해 유입되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다.

구글과 법무부가 향후 2심, 최종심 판결 때까지 불꽃 튀는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과거 MS 사례와 마찬가지로 양측이 일정 수준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을 제기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이 다음 달 광고 기술에 대한 또 다른 반독점 소송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 등 다른 빅테크도 비슷한 처지라고 전했다. 다음 달 구글이 어떤 처분을 받든, 해당 규제가 빅테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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