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전까지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지 않겠다”며 미국의 중재 노력에 사실상 퇴짜를 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는 18일(현지 시간) 열린 연례 연설에서 “우리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독립 국가 없이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확립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달 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이란과 함께 중동 이슬람 국가들 내에서 사실상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사우디는 1948년 건국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이스라엘과는 미수교 상태로 남아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라는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관계 정상화를 성사시키고자 애써왔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수교시 안보패키지까지 제공하겠다”라며 사우디에 당근까지 내걸자, 실제로 한때 양국간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동전쟁이 발발하며 분위기는 다시 냉랭해졌다. 여기에 빈살만 왕세자가 이번 발언을 통해 완전히 쐐기를 박음으로써 가까운 시기에 관계 복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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