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0.25%포인트 인하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넘어선 조치다. 미국이 4년 6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하면서 조만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4년 6개월 만에 내려진 것이다. 연준은 2020년 3월 이후 0.25%(상단 기준)로 유지되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 0.5%로 올리기 시작해 2023년 7월 5.5%까지 인상했고, 이를 1년 2개월째 유지해 왔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내려야 할지, 아니면 0.5%포인트를 한꺼번에 인하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날 연준이 0.5%포인트의 ‘빅컷’을 결정한 것은 최근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미 고용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경제 흐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대담한 길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최근 2년여간 고수해 온 고금리 정책의 물줄기를 튼 셈이다.
연준은 이날 경제 전망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찍어 나타낸 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4%로 예상했다. 앞으로 남은 11월과 12월 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상당수 국가가 경기 침체 우려에 맞서 금리 인하에 나선 데다 연준마저 빅컷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속도전에서 한은만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처음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역전된 이후 최대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금리 격차도 1.5%포인트로 좁혀졌다. 그만큼 자본 이탈 우려가 줄어들며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생긴 셈이다.
경기 침체 예방을 위한 미국의 빅컷이 ‘호재’로 작용하며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13%, 대만 자취안지수는 1.68% 올랐고 홍콩 지수도 2%가량 급등했다. 다만 코스피는 반도체 종목들의 부진으로 0.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연준, 美고용 냉각에 ‘빅컷’ 처방… 연내 금리 0.5%P 추가인하 시사
[美 4년반만에 금리 빅컷] 고용증가 ‘완화’ → ‘둔화’ 표현 바꿔… 큰 폭 금리인하에 시장선 환호 “경기침체 안심은 못해” 분석 나와… 파월 “빅컷 또 있을거라 생각 말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것을 두고 연준이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나아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조치라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7월 3.5%에서 지난달 4.2%로 증가했다. 또 연말 실업률 전망도 4.4%로 올 6월 전망치(4.0%)보다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고용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고, 임금 상승률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며 “통화정책의 적절한 조정은 고용시장 강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하 있을 듯”
연준은 금리 인하를 발표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7월에 ‘고용 증가가 완화됐다(moderated)’고 썼던 표현을 ‘고용 증가가 둔화됐다(slowed)’로 바꾸는 등 고용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금리를 인하할 시점을) 기다렸고, 그 인내심이 큰 결실을 봤다”며 “정책을 더 적절하게 재조정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향후에 더 많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점을 파월이 직접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경제 전망 요약(SEP)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찍어 나타낸 도표)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연준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4%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앞으로 이런 규모의 빅컷은 생각하면 안 돼”
다만, 파월 의장은 “정책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규모의 빅컷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이전과 같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준의 FOMC가 통상적으로 만장일치로 금리를 결정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위원 12명 가운데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을 지지한 미셸 보먼을 제외한 11명만 빅컷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의 수석 경제학자인 다이앤 스웡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파월이 보먼의 반대에도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건 그가 얼마나 빅컷을 원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7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실수’를 만회하고자 파월 의장이 빅컷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시장은 여전히 경기 침체 우려
연준의 빅컷 단행과 파월 의장의 미국 경제는 견고하다는 발언에도 18일 미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다 결국 내림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선 이에 대해 경기 침체를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큰 폭의 금리 인하는 발표 직후 큰 환호를 받았지만 결국 잠재적인 경기 약세에 대한 우려를 시장에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고, 오히려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