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수백기 이달초 전달
맞춤설계된 발사대는 제공 안해
외신 “美와 핵협상 재개 위한 전략”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최근 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란이 미사일은 전달했지만, 미사일 발사를 위해 꼭 필요한 맞춤형 발사대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7월 취임한 ‘유화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복원 협상에 나서기 위해 고안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방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1일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이달 초 러시아에 근거리 탄도미사일 ‘파타흐-360’ 수백 기를 인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정보 당국자들은 이란이 파타흐 미사일 발사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발사대를 러시아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란이 회담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발사대는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실제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16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대(對)러시아 미사일 판매 의혹에 대해 “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을 ‘형제’라고 부르며 핵합의 복원을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뜻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10일 미국은 러시아가 사거리 121km인 이 이란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국적 항공사인 이란항공과 무기 제작 및 운송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도 이란항공의 취항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란은 핵합의 복원을 두고 조만간 서방과 대화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핵합의에 서명했던 유럽연합(EU)과는 22,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한편 21일 이란은 이라크전 발발 44주년을 맞아 수도 테헤란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을 벌였다. 국영통신 IRNA는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가 개발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자하드, 무인기(드론) 샤헤드-136B 등 최신 무기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서방 요구에도 이스라엘 등 적대 세력을 억지하기 위해 미사일 프로그램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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