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북한 관영 매체가 밝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보낸 답전에는 지난해와는 달리 북-중 간의 ‘협조’나 ‘협력’ 같은 표현이 빠져 있어 최근 북-중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달 15일자로 시 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374자 분량의 짤막한 답전에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북-중 친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두 나라 인민의 공동 염원”이라며 “공동의 위업 수행에서 계속 훌륭한 결실이 이룩되리라 믿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냈던 답전에 포함돼 있던 “적대 세력들에 대한 공동 투쟁” “동지적 단결 협력”을 강조하는 문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답전에는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라는 점에 대한 언급 없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올해”라는 표현만 섰다. 앞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올 1월 1일 신년 서한을 교환하면서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권력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올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로는 고위급 교류나 행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전 내용을 두고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 6월 북한과 러시아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냉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조약까지 체결하며 밀착하자 중국이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축전을 비롯한 서한을 공개적으로 주고 받은 것도 올 1월 1일 이후 8개월 만이다.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북-중은 올 4월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당시에도 축전을 교환하지 않았고, 지난달 북한의 압록강 일대 대규모 수해 피해 당시에도 위로 전문을 주고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이 매년 10여 차례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 등 중국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북-중 간 틈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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