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개막한 독일 뮌헨의 민속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에 무알코올 맥주가 등장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금주·절주 문화가 올해 189번째를 맞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축제의 메뉴까지 바꿔 놓았다.
축제에 마련된 18개의 대형 텐트 중 두 곳을 제외한 모든 텐트에서 축제 기간인 16일 동안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한다. 가격은 1리터 기준으로13.60~15.30유로(약 2만 160원~2만 2680원)로 일반 맥주와 동일하지만 숙취 걱정 없이 양껏 들이킬 수 있다.
뮌헨 주민 미카엘 카셀리츠 씨(24)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 옥토버페스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때때로 사람들은 술이 있어야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좋은 게 아니다. 술 없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축제 첫날 텐트 안에서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누구도 그걸로 그 사람을 재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는 문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른바 ‘소버 큐리어스’다.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소버(Sober)와 ‘궁금한’이라는 큐리어스(Curious)를 결합한 신조어로 술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에 대한 호기심을 의미한다.
미국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부터 소버 큐리어스가 확산돼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야구 못지않게 맥주 사랑으로 유명한 일본도 술을 좋아하지 않는 청년층을 일컫는 ‘시라후(シラフ) 세대’가 늘며 무알코올 음료가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산토리 홀딩스 조사에 따르면 무알코올 음료의 판매량은 2009년 1억6500만 개(350㎖ 병·캔 기준)에서 올해 10억 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평균 주류 소비량은 2015년 9.1ℓ에서 2021년 7.7ℓ까지 줄었다.
뮌헨에서 북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독일 프라이징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바이헨슈테판의 수석 브루마스터(매주 제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맥주 전문가)인 토비아스 졸로 씨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무알코올 맥주 애호가란 점이다.
그는 진짜 맥주를 확실히 더 좋아한다고 애써 강조하면서도, 일할 때나 점심을 먹을 때 무알코올 맥주를 즐긴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알코올을 증발시키는 양조장의 공정 덕분에 맛은 같지만 청량음료보다 칼로리가 적다는 설명. 그는 “불행히도 매일 맥주를 마실 수는 없다”고 농담을 건넸다.
1040년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이 설립한 양조장인 바이헨슈테판에서는 현재 무알코올 밀 맥주와 라거 맥주가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1990년대에 무알코올 음료를 만들기 시작한 이곳은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런 추세는 다른 독일 맥주 업체들도 비슷하다.
졸로 씨는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맥주를 덜 마시고 있다”라고 인정하면서 “전형적인 바이엔슈테판 맥주의 청량하고 신선한 맛을 무알코올 버전으로 즐길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맥주 축제 공식 개막 전날 말했다.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맞춤형 상품 개발도 활발하다.
뮌헨 북쪽에 자리한 홉 연구 협회 월터 쾨니히 전무이사는 연구자들이 무알코올 맥주를 위해 특별한 홉 품종을 육종해야 했다고 말했다. 양조업자가 무알코올 맥주에 일반적인 홉을 사용하면 양조 과정에서 알코올이 줄어들면서 독특한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쾨니히 씨는 20일 옥토버페스트를 준비하면서 말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마시는 맥주가 알코올이 들어 있는 전통적인 맥주만큼 맛있다는 것만 알고 싶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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