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이나 생활 습관과 상관없이 흡연 자체가 패혈증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한상훈·이경화·이은화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24일 30갑년 이상 흡연 경험을 지닌 그룹은 한 번도 흡연하지 않은 그룹보다 패혈증 발생 위험도가 약 1.34배 높았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SCI 학술지 ‘Journal of Epidemiology and Global 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의해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이 빠르게 진행되는 질환이다. 30일 입원한 패혈증 환자의 25~30%가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며 우리나라 10대 사망 원인에 속한다.
연구팀은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정기 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약 423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여부와 이후 10년간 패혈증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했다.
이들 중 조사 기간 전 또는 1년 이내 발생한 패혈증 환자를 제외하고 흡연 경력이 없는 비흡연자 234만 2841명, 과거 흡연자(현재 중단 중 또는 이전 흡연 이력 보유자) 53만 9850명, 현재 흡연자 99만 9267명 등 총 388만 1958명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했다.
연구팀은 모든 관찰 대상 그룹에서 흡연 누적량이 많아짐에 따라 패혈증 발생률(IRs)이 점진적으로 증가함을 관찰했다. 과거 10갑년 미만 흡연한 그룹은 22만 9757명 중 2910건의 패혈증을 보여 IR(1000인년당 발생률) 수치 1.25를 기록했으나 과거 20갑년 이상 흡연한 그룹은 16만 3323명 중 패혈증이 6496건 발생해 IR 수치가 4.08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에서 언급된 ‘갑년’은 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에 흡연 기간을 곱한 수치로 10갑년은 매일 담배 1갑씩 10년간 흡연한 경우이거나 또는 하루 2갑씩 5년간 흡연한 경우를 말할 수 있다.
현재 흡연을 유지하는 그룹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10갑년 미만으로 흡연 중인 35만 7115명 중 3144건의 패혈증이 발생해 IR 0.86을 기록했으나 20갑년 이상은 34만 1904명 중 패혈증을 10만 962건 겪어 IR 3.26으로 높아졌다.
건강검진 시행 시기 흡연·비흡연 여부를 따지지 않고 평생 누적해 시행한 흡연량이 패혈증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결과에선 현재 흡연 여부와 무관하게 흡연 기간이 길수록 패혈증 발생 위험도가 비례해 증가했다. 234만 2841명에 비흡연 집단을 기준점인 위험도 1.0으로 놓았을 때 흡연 30갑년 이상인 집단 24만 9001명에선 패혈증이 1만 1347건 발생해 위험도가 1.344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흡연 기간(갑년)에 따라 패혈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10년에 걸친 추적 관찰 기간 중 30갑년 이상 흡연을 유지한 대상군에서 패혈증 발생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한상훈 교수는 “연구를 통해 흡연이 패혈증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임을 증명했다. 만성질환 유무 또는 생활 습관과 무관하게 흡연 자체가 패혈증 발생을 높이며 흡연 유지 기간과 흡연량에 비례해 위험도 역시 커졌다”며 “30갑년 이상 흡연을 유지한 경우 또는 지금 금연 중이라도 65세 이상이라면 패혈증 발생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