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금리 인하 주기에 접어들었고 미국 달러의 상승 모멘텀도 약화했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의 판궁성(潘功勝) 행장이 24일 지급준비율(지준율)과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동시에 인하할 뜻을 밝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앞서 18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한 것이 중국 금융당국에도 금리 인하 여지를 줬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중국에 투자된 해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에 금리를 내릴 수 없었지만 미국이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중국 또한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 행장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일 것”이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했다. 리윈쩌(李雲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 우칭(吳清)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도 기자회견에 동석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수장 3명이 동시에 모인 것 자체가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날 런민은행은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1조 위안(약 190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22년과 2023년 각각 2차례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낮췄다. 올 2월에도 0.5%포인트를 내렸다. 이와 함께 판 행장이 연말까지 0.25∼0.5%포인트의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올해에만 지준율이 최대 1.5%포인트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런민은행은 이날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도 0.2%포인트 낮출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런민은행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은행권에 기존에 진행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평균 0.5%포인트 안팎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판 행장은 “기존 대출 금리가 조정되면 약 5000만 가구의 이자 부담액이 연평균 1500억 위안(약 28조40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2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 미리 내야 하는 최소 계약금 비율도 기존 25%에서 첫 주택 구입 때와 같이 10% 낮추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예대마진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민간 은행에도 순차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뜻을 밝혔다.
이날 런민은행의 조치는 예상보다 강력했다는 평가다. 24일 로이터통신은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런민은행이 향후 몇 달간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것이라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늘어난 유동성이 소비자들의 실제 부동산 구매 및 소비 강화로 이어지려면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등의 재정 정책도 동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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