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스트리프, 유엔 인권회의 참석
탈레반 정권의 여성 인권탄압 규탄
“새는 노래해도 아프간 소녀는 못해
국제사회가 힘합쳐 변화 가져오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고양이와 다람쥐가 여성보다 더 많은 자유를 가진다. 고양이와 다람쥐는 계단에 앉아 얼굴에 햇볕을 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배우 메릴 스트리프(75)가 23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아프간 여성 인권 회의에 참석해 2021년 8월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집권한 후 여성 인권이 탄압받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회의는 아프간 여성의 사회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다.
탈레반 정권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이른바 ‘도덕법’에 의해 여성은 집 밖에서 신체를 완전히 가려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조차 내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노래 부르기, 시 낭송 등도 금지된다.
스트리프는 이를 두고 “새는 노래할 수 있지만 아프간 소녀는 노래할 수 없다.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프간 사회의 변화 모습은 전 세계에 경고를 울린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치면 아프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같은 날 “아프간에는 교육을 받은 여성도, 직업을 가진 여성도 없다”며 국민 절반이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아프간 또한 결코 국제 무대에서 합당한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맘마미아’ 등으로 유명한 스트리프는 미 대형 영화제작사 월트디즈니의 성차별적 행태, 많은 할리우드 여성을 성착취한 것으로 악명을 떨친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 2015년 여성 참정권 역사를 그린 영화 ‘서프러제트’에 출연했을 때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여성을 위해 이런(연기) 방법으로 힘이 돼 줄 의무가 있다”는 인터뷰도 했다.
반면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에 의거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 서방과 아프간의 인권 기준은 동일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탈레반은 1994년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신학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가 창설했다. 1996∼2001년 첫 집권 때부터 여성 교육 및 취업 금지, 공개 처형, 세계문화유산 ‘바미안 석불’ 파괴 등을 자행하며 악명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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