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융단 폭격]
자살 폭탄 테러 등 무기로 맞서
로켓-미사일 등 15만기 비축 추정
전면전땐 상황 전개 예측 못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전쟁(full-fledged war)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40년 넘게 이어진 악연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1982년 결성된 헤즈볼라는 태생부터 반(反)이스라엘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그해 6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축출하겠다며 레바논을 침공한 것에 대한 반발로 결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해 PLO 사령부가 튀니지로 떠났는데도 이스라엘군이 국경 안보를 이유로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자 무력행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82년 11월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 폭발로 군인 등 9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헤즈볼라의 첫 자살 폭탄 테러”라고 전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은 본격화됐다. 헤즈볼라는 주로 폭탄 테러를 무기로 삼았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고위직 암살 등으로 맞대응했다. 이스라엘은 1992년 헤즈볼라 수장인 압바스 무사위를 암살했으며, 헤즈볼라는 199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테러를 일으켜 85명이 목숨을 잃었다.
21세기 초기엔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000년 5월 이스라엘이 20여 년 만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며 비교적 차분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2006년 7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하자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 및 지상전으로 반격하며 엄청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34일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쟁’으로 레바논 측은 약 1200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군은 160명 넘게 숨졌다.
유엔의 중재로 해당 전쟁이 봉합된 뒤 수시로 무력을 주고받으며 준(準)전시 상태를 이어오던 양측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헤즈볼라는 하마스 지원을 이유로 이스라엘 북부 공습을 이어갔고, 이스라엘 역시 보복 공격을 가하며 갈수록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40년 넘게 팽팽하게 대립했으나, 이번 무선호출기(삐삐) 연쇄 폭발 테러 등으로 헤즈볼라가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힘의 균형추가 이스라엘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헤즈볼라 역시 장기간 전쟁에 대비해 로켓과 미사일 15만 기 이상을 비축해 왔다”며 “전면전이 벌어지면 상황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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