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방부가 25일 오전 “태평양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태평양 해역으로의 미사일 발사를 공개한 건 1980년 이후 44년 만이다.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갈등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미사일 관련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최근 몇 년간 내부 비리로 대대적인 숙청이 이뤄졌던 로켓군이 정상화됐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오전 8시 44분 훈련용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1발을 태평양 공해 해역으로 발사해 정해진 지역에 정확하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이번 발사가 로켓군의 연례 군사훈련에 따라 진행됐으며, 관련 국가에 사전 통보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미사일 경로나 낙하 시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그동안 ICBM 등 미사일 발사 관련 실험을 주로 자국 영해나 사막 지역에서 해왔다.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태평양에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공개한 건 198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발사됐던 ‘둥펑(東風·DF)’ 5호는 9000km 이상 비행했다. 이번에 중국이 시험 발사한 ICBM은 중국의 최신 ICBM인 둥펑 41호나 새로운 차세대 ICBM로 추정된다. 둥펑 41호는 사거리가 최대 1만2000~1만5000km에 이르러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둥펑41를 포함해 350기의 ICBM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발사가 다음달 1일 국경절을 앞두고 항공우주 및 미사일을 담당하는 로켓군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4월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이유로 필리핀에 배치한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타이폰(Typhon)’과 미국 영국 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 견제 목적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ICBM 발사 소식을 공개하자 중국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관련 무력 증강 움직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시험 발사는 중국의 핵무기 현대화에 따라 새로운 실험 수요가 생겼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아시아에 새로운 핵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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