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취임 후 두 번째로 캐나다를 방문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외신들은 양국에서 ‘중도좌파의 새 얼굴’로 각광 받으며 장기 집권에 성공한 두 젊은 지도자가, 현재 지지율 하락과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유사한 국내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회동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트뤼도 총리의 사저를 방문해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두 지도자는 이튿날 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회담한 뒤 프랑스계 주민이 많은 몬트리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캐나다·프랑스 모두 ‘오바마 효과(Obama Effect)’의 가능성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진보적 의제로 호응을 받아 재선에도 성공했지만, 후임자로 강경 우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대거 폐기됐다. 폴리티코 유럽은 “두 지도자는 정반대 성향으로 자신의 업적을 훼손할 수 있는 사람이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2017년 ‘실용주의’를 내세워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의회 과반 의석 확보는 실패했다.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패한 뒤 ‘의회 해산·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과는 좌파 연합·극우에 밀린 참패였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취임, 2021년 가까스로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높은 생활비와 주택난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상태다. 트뤼도의 자유당 정부는 25일 하원에서 야당 보수당이 주도한 ‘내각 불신임안’ 통과를 가까스로 피했다.
두 지도자가 고전하는 사이 양국에서는 우파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오피니언웨이가 11~1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선이 치러질 경우 마린 르펜 RN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이 35%로 1위였다. 캐나다에선 야당 보수당의 지지율이 약 43%로 집권 자유당(24%)의 두 배에 가깝다. 극단적인 수사로 ‘예의 바른 트럼프’라는 평가를 받는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세금 폐지(Axe the Tax)”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트뤼도 총리의 사임과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 프레데릭 메랑은 폴리티코 유럽에 “마크롱과 트뤼도는 모두 광범위한 자유주의-진보적 플랫폼을 지지하고 정치적 근대성을 대변하고 싶다는 것 외에, 강력하거나 진지한 이념 없이 정치에 입문한 사람들”이라며 “역설적인 것은 이들이 자유주의 사상이 더욱 강해지고 사회가 더 진보적으로 돼가는 시기에 권력을 떠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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