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미국 대선이 채 4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정신장애(mentally impaired)’, ‘패배자(loser)’ 같은 원색적인 말로 상대방을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대선 막판까지 양측의 초박빙 구도가 좀처럼 깨지지 않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둘 중 어느 후보도 뚜렷한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고정 지지층을 확실히 결집시켜야 한다는 판단이 상대방을 향한 막말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해리스 정신장애” vs “트럼프 루저”
트럼프 후보는 28일 이날 경합주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해리스는 날 때부터 정신장애였다”며 “그가 국경을 지운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결코 미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리스는 냉혹한 살인마, 성범죄자 등의 불법 체류자를 수용했다. 해리스가 공화당원이었다면 중범죄로 탄핵됐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가 27일 또 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더글러스를 방문하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관장했던 해리스 후보를 ‘무능한 국경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라고 공격하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이 늘었다는 점을 비판했다.
불법 이민에 대한 보수 및 중도 유권자의 거부감을 의식한 듯 해리스 후보는 멕시코 국경과 접한 더글러스에서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을 추방하고 이후 5년 간 미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며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 그의 국경 방문은 올 8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처음이다.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도 충돌했다. 27일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후보는 재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였다며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 문제는 신속히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신속한 휴전을 중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소셜미디어에도 해리스 후보를 겨냥해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고, 제3차 세계대전을 향해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반면 26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를 고수할 뜻을 밝혔다. 또 트럼프 후보가 푸틴 대통령처럼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압박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의 신경전은 28일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의 미식축구 경기장에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이 곳을 직접 찾자 해리스 대선 캠프는 이날 경기장에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한 것. 특히 1차 TV토론에서 패한 트럼프 후보가 2차 TV토론을 거부하는 것을 두고 ‘패배자’라고 조롱하는 내용이 담겼다.
● NYT “대선 승부 더 팽팽해져”
양측의 지지율은 초접전이다. 28일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가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주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해리스 후보는 위스콘신주에서 49%를 얻었다. 트럼프 후보(47%)와 불과 2%포인트 차이다. 미시간주에서도 해리스 후보 48%, 트럼프 후보 47%였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를 밝히지 않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가 많아 해리스 후보가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해리스 후보가 현재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에서 모두 승리하면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6명을 확보해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약 2%의 ‘샤이 트럼프’ 지지층이 존재한다면 트럼프 후보가 32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NYT는 “7주 전에 비해 대선 승부가 더 팽팽해졌다”며 승자를 점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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