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에 벌에 쏘였다며 신고한 한 60대 남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남성이 벌에 쏘인 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반응을 일으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60대 남성 A 씨는 전날 오후 1시 48분경 경기 양평군 단월면 봉미산 능선에서 “머리와 옆구리에 벌에 쏘여 숨쉬기 힘들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소방은 봉미산 일대에 인력 30여 명을 투입해 1시간 30분 만에 A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이미 심장이 멈춰 사후경직이 시작된 상태였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신고 당시 “공동묘지가 보인다”는 A 씨의 말에 소방 당국은 수색 범위를 좁혀갔지만, 최초 신고 이후 A 씨와 연락이 두절되면서 위치 특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아나필락틱 쇼크)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물질을 극소량만 접촉하더라도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즉시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회복되지만,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아나필락시스는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음식물이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흔한 것으로는 밀가루, 메밀, 땅콩, 그리고 새우나 가재와 같은 갑각류 등이 있다.
모든 약물에서도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페니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배타락탐 항생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그리고 컴퓨터 단층촬영(CT)에 사용되는 조영제 등이다. 그리고 적혈구나 혈장과 같은 혈액 제재도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A 씨와 같이 벌에 쏘이거나 개미에게 물려 생길 수 있으며, 운동으로도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수 있다. 혈액 투석 중에 투석막에 의한 보체 활성화를 통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기도 하며,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는 호흡 곤란과 천명(기관지가 좁아져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호흡음), 저산소증, 코막힘, 콧물, 두통, 어지러움, 오심과 구토, 복통, 얼굴에 따끔거리는 느낌, 피부 점막에 두드러기, 소양감, 홍조, 입술이나 혀에 혈관 부종 등이 있다. 특히 목젖을 중심으로 하여 후두 부위에 심한 혈관 부종이 생기면 기도가 막혀 질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에피네프린을 사용하는 것으로, 휴대용 에피네프린이 있으면 먼저 허벅지에 자가 주사한 뒤 바로 병원으로 와야 한다. 증상 완화를 위해 에피네프린 외에도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혈압 상승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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