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주익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54)이 나섰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 감독이 최근 ‘제2의 마라톤 붐’이 일 정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잘못된 관행에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신발에 대해, 그리고 달리는 주법에 대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황 감독은 8월부터 유튜브 ‘골드클래스(Gold Class)’를 시작했다. 이 채널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민국에 엘리우드 킵초게가 있습니까? 카본화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발에 맞춰서 만들어졌기에 일반인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탄력이 높은 신발이기에 기술과 근육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신발의 기능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몸이 돼 있지 않으면 가급적 신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런 것을 신느니 시장에 가서 아무 운동화 하나 사서 신고 뛰는 게 발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엘리우드 킵초게(40·케냐)는 2022년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1분9초의 당시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선수다. 2019년에는 1시간59분40초의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카본화는 카본(Carbon) 플레이트가 들어간 러닝화다. 카본 플레이트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반발력을 극대화하기에 더욱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선수들도 평소 러닝할 때는 카본화를 안 신습니다. 착지한 후 킥을 할 때 탄성으로 튕겨주는 것인데 부상이 많아요. 킵초게 등이 기록을 내기 위해 맞춰놓은 신발입니다. 반복적으로 강하게 오래 뛰면 부상이 옵니다. 일 년에 열두 달 동안 우리가 쉼 없이 달려야 하는데 부상으로 인해 6개월씩 못 뛰는 선수가 너무 많아졌어요. 대한민국 마라톤에서 기록이 왜 이렇게 됐냐고요? 카본화가 나왔는데 기록 단축이 안 됩니다. 카본화로 인해 부상 위험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카본화를 신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자신이 이 신발(카본화)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정도의 몸이 돼 있지 않으면 가급적이면 신지말아야 합니다. 초보 운전자에게 배기량 6000CC 스포츠카 타면 사고가 납니다. 폼도 안 만들어진 상태에서 카본화를 얘기하는 것이 넌센스입니다. 훈련이 잘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신으면 발목과 종아리에 압력이 상승해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싸다고 다 좋은 신발이 아닙니다.”
달리기 주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발 착지에 대한 얘기다. “일반인들이 포어풋, 미드풋, 리어풋을 얘기합니다. 참 나 어이가 없습니다. 잘 훈련된 선수들도 대부분 리어풋으로 뛰는데…. 풀코스를 달릴 때 100m를 16초나 17초로 달리는 선수들이나 미드풋으로 달립니다. 일반적인 선수들은 막판 스퍼트할 때나 미드풋으로 달려요.”
포어풋(Forefoot)은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이 주로 활용하는 착지법니다. 발바닥 앞으로만 달린다는 뜻이다.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는 선수들도 포어풋으로 달린다. 중장거리 선수들은 미드풋(Midfoot), 즉 뒤꿈치가 닿지 않고 발바닥 중간으로 착지해 달린다. 마라톤선수들은 주로 리어풋(Rearfoot)으로 달린다. 뒤꿈치부터 닿아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황 감독은 “빨리 달리는 것보다 먼저 좋은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부상 없이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제대로 달리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91년 제62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2분35초로 3위를 하며 혜성과 같이 나타난 황 감독은 공식적인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단 10번도 안 된다. 황 감독은 1991년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 마라톤 우승(2시간12분40초), 1992년 2월 벳푸오이타마라톤 2위(2시간8분47초), 그리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2시간13분23초),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2시간11분13초) 등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선발전 제67회 동아마라톤 26km 지점에서 발바닥이 찢어져 걷다시피 29위로 완주한 뒤 은퇴했다.
황 감독은 10월 26일 경기 하남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리는 2024리스펙트 런을 함께 한다. 황 감독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다. 경북 영천 호국원에 모셔져 있다. 리스펙트 런은 국가보훈부와 동아일보가 ‘또 하나의 국가대표 제복 근무자’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마련한 달리기 대회다. 5km, 10km 두 코스에서 열린다. 황 감독은 10월 4일 경기 하남종합운동장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상대로 제대로 달리기 교실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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