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 씨(32)는 17세에 유전성 망막변성질환의 한 종류인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정확한 유전자 변이를 알게 된 것은 30대에 들어서였다.
유전성 망막변성질환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의해 시각 손실이 발생하는 여러 희귀질환을 통칭한다. 원인 유전자는 300개 이상으로 매우 다양한데 초기엔 야맹증이나 시야 손상 같은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태가 악화되면 실명하는 경우도 있다.
“일찍 진단받아야 증상 최소화”
김 씨는 대학 시절까지 증상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았다. 그는 “20대 후반 무렵이 되니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앞사람 이목구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돌이켜 보니 치료를 조기부터 받았다면 지금보다는 많이 나았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든다”고 했다.
유전성 망막변성질환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을 받으면 그만큼 시야 손상을 막을 기회가 커진다. 정기검진과 조기 발견이 질환을 잘 관리하는 첫걸음이란 뜻이다.
김 씨는 뒤늦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병원에 다니고 유전성 망막변성질환에 대해 공부하면서 치료와 예방법을 알게 됐다. 그는 “더 많은 분이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해 제대로 알고 희망을 얻으면 좋겠다”며 “특히 일찍 진단을 받아 더 나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야 좁아지거나 야맹증 땐 즉각 병원 찾아야
유전성 망막변성질환은 망막에 분포해 빛을 감지하는 원뿔세포와 막대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변이가 어떤 세포에 나타나는지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원뿔세포는 글씨를 읽고 색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막대세포는 망막 주변부에서 시야를 넓게 유지하고 어두운 곳에서 잘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막대세포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어두운 곳에서 잘 보지 못하는 야맹증이 나타난다. 그리고 진행이 지속되면 원뿔세포에도 문제가 발생해 중심 시야가 저하되며 상태가 악화돼 실명할 수 있다.
김상진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시야가 좁아지거나 밤에 잘 안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며 “막대세포 손상으로 시작해도 결국 원뿔세포까지 확대되면서 시기능 손상이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하면 정확한 원인 파악 가능
유전성 망막변성질환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잘못된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눈에 이상을 느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유전성 망막변성질환은 환자마다 원인 유전자가 다르고 유전자별로 치료 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김 교수는 “전문의를 늦게 만나면 병이 많이 진행된 후이기 때문에 회복이 더딜 수 있다”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 유전자를 파악해야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치료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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