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의 치료와 예방법
유전자 돌연변이 축적이 주요인… 출산 경험 없거나 노산일수록 위험
양성 종양은 제거할 필요 없어… 의심 땐 간단 시술로 조직검사
비만-고지방 가공식품 주의하고, 출산했다면 가급적 모유수유를
국내 여성 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간한 ‘2024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국내 여성 유방암 환자는 2000년 6234명에서 2021년 3만4628명으로 21년간 5.5배가 됐다. 유방암은 초기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암이 진행된 뒤에야 유방에 멍울(결절)이 만져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유방암은 일찍 적절한 진단이나 검사를 받고 병변을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부작용을 낳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를 만나 유방암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 유전자 돌연변이 등이 유방암 원인
유방암은 유방에 생기는 모든 악성종양을 의미한다. 발병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 축적이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유방암 발생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전적인 작은 자극에도 생길 수 있고 발암물질이나 방사선 등 환경적 요인으로도 생길 수 있다. 또 아무 이유 없이도 생길 수 있다 보니 유방암 역시 아무 이유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한 교수는 “유방암 발생 위험은 일반적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토로겐 노출 기간과 관련이 있다”며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지면서 여성들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기가 길어졌고 이 때문에 유방암 발생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보면 임신과 모유수유 시기에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대신 출산하지 않거나 첫 출산 연령이 높으며 모유수유를 하지 않을 때 상대적으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 유방 양성종양은 암으로 발전 안 해
유방에 생기는 종양은 악성과 양성으로 나뉜다. 양성종양인 섬유선종의 경우 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한 교수는 “다른 신체기관에서 생기는 양성종양의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보니 암 예방을 위해 용종 진단과 동시에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예를 들어 대장에 생기는 선종성 용종의 경우 30%가량이 5년 이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암의 씨앗’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하지만 유방에 생기는 양성종양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기 때문에 진단 과정에서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면 암을 의심할 수 있지만 섬유선종 등 양성종양일 가능성도 있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유방 멍울은 유방촬영술이나 초음파검사로 병변과 유선의 이상 등을 확인하고 암으로 의심될 때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유방 총조직검사는 병변에 바늘을 삽입해 조직을 채취한 뒤 암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맘모톰’으로 불리는 진공보조흡인 유방생검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총조직검사보다 바늘의 칼날이 더 크고 두꺼우며 조직을 채취할 때 음압을 사용해 더 많은 조직을 뽑아낼 수 있다. 유방에 생긴 섬유선종의 경우 수술로 제거하면 흉터가 남고 회복 기간이 필요하나 맘모톰을 이용하면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도 이를 제거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맘모톰 시술로 종양을 제거하면 암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방 양성종양은 암으로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맘모톰 시술로 양성종양을 제거하더라도 암을 예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유방암 진단 과정에서 맘모톰 시술의 목적은 병변의 경계가 불명확할 때 더 많은 조직을 채취해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맘모톰 시술은 수술보다 간단하지만 총조직검사보다 많은 조직을 떼어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맘모톰 시술로 암 조직을 검사하다 출혈이 생길 경우 암 조직이 부서지거나 피가 차서 암의 경계를 확인하기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진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유방암이 의심되는 환자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총조직검사를 권한다”고 말했다.
● 정기검진 받아 유방의 이상 유무 확인해야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최대한 발생 요인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비만인 경우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고 에스트로겐 생성을 증가시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공식품이나 지방 함유량이 높은 음식은 피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게 좋다. 또 출산했다면 가급적 모유수유를 해야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
한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유방암 예방을 위한 노력을 실천하더라도 이유 없이 암이 생길 때도 있다”며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한 건강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고위험군으로 접어든 40대 이상부터는 2년마다 유방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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