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보안운영팀 책임 김창우 씨(47)는 2019년부터 한국란도너스협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란도너스(Randonneurs·랑도뇌르)는 프랑스어로 ‘한 바퀴를 도는 여행자’라는 의미인데 200∼1200km 또는 그 이상의 긴 거리를 외부 도움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달리는 사이클리스트를 가리키기도 한다. 꼭 사이클이 아니어도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탈 수 있는 것이면 되는데 대부분은 사이클을 탄다. 비경쟁 사이클 투어가 목적이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출발해 전남, 전북, 충남, 충북, 서울, 강원, 경북, 경남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2030km를 달렸다. 부산시가 2030년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203시간 안에 완주하는 사이클 대회를 열었고, 여기에 참가해 8일(192시간) 만에 완주한 것이다.
“마흔을 바라보던 2015년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숨쉬기 운동이 전부였거든요. 취미 생활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사이클을 타게 됐습니다. 당시 회사 일은 내가 시간을 마음대로 조율할 수 있는 부서가 아니어서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등은 엄두를 못 냈죠. 나 혼자 할 수 있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도 있는 운동을 찾았고, 당시 형도 타고 있어서 사이클을 선택했습니다. 운동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당시 대전에서 근무할 때였다. 퇴근한 뒤 거의 매일 1, 2시간 정도를 탔다. 주말이나 휴일엔 4대강 등 전국 투어를 다녔다. 사이클 입문 2년 만에 인천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국토 종주를 포함해 전국 12개 자전거 도로를 완주하는 1853km 국토 종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18년 서울로 발령받은 뒤에는 출퇴근을 사이클로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 집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회사까지 왕복 50km를 달렸다. 편도 약 22km인데 퇴근할 때 하늘공원 노을공원을 오르내린 뒤 집까지 하루 50km 정도를 달렸다. 비가 와도 탄다. 눈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이클을 타면서 몸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는데 지방이 거의 다 빠지고 근육질 몸매가 됐죠. 사이클 타기 전엔 환절기만 되면 몸살로 앓아누웠고, 기침도 많이 했어요. 라이딩을 한 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것 빼고는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습니다. 체력도 좋아졌죠. 제가 처음엔 서울에서 부산까지 4박 5일에 갔는데 지금은 하루면 갑니다. 최근 3일간 서울∼부산 왕복 1000km 대회가 있었는데 첫날 360km, 둘째 날 340km, 마지막 날 300km를 달려 완주하고 왔죠.”
란도너스가 된 1년 뒤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사이클을 타고 강원 고성에서부터 지리산 정령치까지 백두대간 줄기 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총 1760km, 상승고도만 4만 m가 넘는 지옥 코스가 4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구간마다 400∼460km의 거리, 상승고도 1만 m의 고난도 업힐 코스를 규정 시간(시간당 15km) 안에 달리며 4개 코스를 1년 안에 완주하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간다.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우회하지 못하도록 주요 체크 포인트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란도너스 2만여 명 중 백두대간을 종주한 회원은 100명이 되지 않는다.
김 씨는 3년 전부터는 아내와도 함께 사이클을 탄다. 지금까지 200km 이상 챌린지를 세 차례 함께 완주했다. 아내는 장거리 챌린지를 하기보다는 가볍게 달린다. 김 씨는 “긴 거리를 안 달릴 땐 아내와는 가까운 거리를 즐겁게 산책하듯 달린다”고 했다.
김 씨는 한국란도너스협회에서 주는 ‘R12상’에 애착이 있다. 1년간 매월 200km 이상 대회를 한 번 이상 완주하면 메달을 준다. 김 씨는 4년 연속 이 메달을 받았고 5년 연속 수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이렇게 꾸준하게 사이클을 즐기는 게 목표다.
“마라톤과 같이 사이클도 정직한 운동입니다. 최소 주 3일 이상은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한 번에 200∼400km를 타도 아무렇지 않은 몸을 만든다면 20∼60km는 즐기면서 탈 수 있잖아요. 시속 30∼40km로 달릴 수 있으면 시속 25km로 달리는 게 훨씬 덜 힘들죠. 늘 그런 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70, 80세가 넘어서도 페달을 밟고 싶습니다.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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