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전을 이끈 농업이 시행되기 전부터 인간은 음식에 있는 전분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찰스 리 미국 잭슨랩(JAX) 유전체연구소장 연구팀은 아밀라아제 효소 유전자가 수십만 년 전 처음 복제돼 늘어나면서 인간의 탄수화물 식단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 결과를 1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파스타 빵 등 주로 곡물을 활용한 음식에 들어 있는 전분은 복잡한 형태의 탄수화물로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작용해 분해한다. 인간은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AMY1) 복제본이 많아 전분질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만 AMY1 유전자 수가 언제 어떻게 늘어났는지는 불분명했다.
연구팀은 복잡한 유전체 변이를 파악할 수 있는 롱리드(long-read) 시퀀싱 기술 등을 활용해 인간의 AMY1 유전자를 자세히 지도화했다. 68명의 고대 인류 유전체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수렵·채집 생활 시기의 네안데르탈인도 이미 AMY1 복제본을 여럿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권도 JAX 유전체연구소 연구원은 “인간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분리되기 훨씬 전인 80만 년보다도 전에 AMY1 유전자가 처음 복제됐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농사로 전분을 많이 섭취하기도 전 이미 전분 소화 능력이 강했다는 것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유럽 농부들은 지난 4000년 동안 전분이 풍부한 식단 때문에 AMY1 유전자 수가 급증했다. 개나 돼지 등 가축도 다른 동물보다 AMY1 유전자 복제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MY1 유전자 증가는 전분이 풍부한 식단에 적응하는 데 이점을 제공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AMY1 유전자가 많은 개체는 전분을 더 효율적으로 소화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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