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이즈 퇴치 운동 등 이끌며
한 시대 풍미한 아일랜드 록 그룹
리드 보컬 보노의 40년 음악 인생
◇SURRENDER 서렌더 : 40곡, 하나의 이야기/보노(폴 휴슨) 지음·홍기빈 옮김/852쪽·4만3900원·생각의힘
책을 받자마자, 1983년 발매된 U2의 싱글이자 3집 ‘워(War)’의 수록곡인 ‘일요일 핏빛의 일요일(Sunday Bloody Sunday)’부터 찾았다.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곡이자 아일랜드 출신 4인조 밴드인 U2를 세계적인 록 그룹으로 만든 곡. 일요일인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에서 시위 중이던 시민들에게 영국군이 발포해 14명의 사망자와 13명의 중상자를 낸 끔찍한 사건을 다룬 이 곡은 무서우리만큼 차가운 스네어 드럼으로 시작된다.
‘모든 악기는 사랑과 설득에 쓸모가 있다. 하지만 전쟁에는 단 하나의 악기만 있으면 된다. 북. 북은 빈 통에다가 얇은 가죽을 팽팽하게 당겨 씌워 만들어진다. … 이 스네어 드럼에는 모종의 특별한 폭력성이 내재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Sunday Bloody Sunday’의 도입부에서 필요했던 것은 바로 스네어 드럼을 연달아 때리는 소리, 열병식에서 들을 수 있는 종류의 드럼 소리였다.’(12장 ‘Sunday Bloody Sunday’ 중)
이 책은 U2의 리드 보컬 보노(본명 폴 휴슨)가 직접 고른 대표적인 40곡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 그룹 결성 뒷이야기와 최고의 앨범을 내기 위해 시도했던 노력과 도전 등 U2 40년의 음악 생활과 사회 참여 활동을 담은 것이다. 보노는 U2 음악의 의미, 청중과 공연에 관한 생각뿐 아니라 왜 사회 참여 메시지를 지속해 내고 지구적 차원의 비폭력, 빈곤 및 에이즈 퇴치 운동을 이끌고 참여해 왔는지를 회고한다.
보노는 “1982년 이후 우리 네 사람은 우리 밖의 세상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한다. 히트곡을 만드는 것보다 더욱 절박한 필요가 가득한 세상을 외면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노래에서 찾았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노래한 ‘이름 없는 거리에서(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인권과 인종 문제를 다룬 ‘프라이드(Pride, In the Name of Love)’ 등은 그런 노력의 결과다. U2가 왜 역사상 가장 사회적·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그룹으로 꼽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U2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SURRENDER(항복)’란 책 제목은 언뜻 당혹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노래한 것이 가해자에 대한 분노나 복수의 감정이 아니라 이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데 있는 걸 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말로 승리를 거두는 유일의 진리는 바로 항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로에게, 사랑에게, 더 상위의 권능에게.’(38장 ‘Moment of Surrender’ 중)
그냥 젊었을 적 좋아했던 그룹과 노래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담겨 있을 줄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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