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계가 사랑한 록 밴드… U2, 그 따스한 뒷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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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이즈 퇴치 운동 등 이끌며
한 시대 풍미한 아일랜드 록 그룹
리드 보컬 보노의 40년 음악 인생
◇SURRENDER 서렌더 : 40곡, 하나의 이야기/보노(폴 휴슨) 지음·홍기빈 옮김/852쪽·4만3900원·생각의힘

리코딩 중인 U2. 리드 보컬인 보노(윗 사진 왼쪽)는 “1982년 이후 우리 네 사람은 우리 밖의 세상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와 멤버들은 그 답을 노래에서 찾았다. 아래 사진은 팝78 리머릭 콘테스트에서 우승했을 때. 생각의힘 ⓒPatrick Brocklebank 제공
리코딩 중인 U2. 리드 보컬인 보노(윗 사진 왼쪽)는 “1982년 이후 우리 네 사람은 우리 밖의 세상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와 멤버들은 그 답을 노래에서 찾았다. 아래 사진은 팝78 리머릭 콘테스트에서 우승했을 때. 생각의힘 ⓒPatrick Brocklebank 제공
책을 받자마자, 1983년 발매된 U2의 싱글이자 3집 ‘워(War)’의 수록곡인 ‘일요일 핏빛의 일요일(Sunday Bloody Sunday)’부터 찾았다.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곡이자 아일랜드 출신 4인조 밴드인 U2를 세계적인 록 그룹으로 만든 곡. 일요일인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에서 시위 중이던 시민들에게 영국군이 발포해 14명의 사망자와 13명의 중상자를 낸 끔찍한 사건을 다룬 이 곡은 무서우리만큼 차가운 스네어 드럼으로 시작된다.

‘모든 악기는 사랑과 설득에 쓸모가 있다. 하지만 전쟁에는 단 하나의 악기만 있으면 된다. 북. 북은 빈 통에다가 얇은 가죽을 팽팽하게 당겨 씌워 만들어진다. … 이 스네어 드럼에는 모종의 특별한 폭력성이 내재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Sunday Bloody Sunday’의 도입부에서 필요했던 것은 바로 스네어 드럼을 연달아 때리는 소리, 열병식에서 들을 수 있는 종류의 드럼 소리였다.’(12장 ‘Sunday Bloody Sunday’ 중)

이 책은 U2의 리드 보컬 보노(본명 폴 휴슨)가 직접 고른 대표적인 40곡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 그룹 결성 뒷이야기와 최고의 앨범을 내기 위해 시도했던 노력과 도전 등 U2 40년의 음악 생활과 사회 참여 활동을 담은 것이다. 보노는 U2 음악의 의미, 청중과 공연에 관한 생각뿐 아니라 왜 사회 참여 메시지를 지속해 내고 지구적 차원의 비폭력, 빈곤 및 에이즈 퇴치 운동을 이끌고 참여해 왔는지를 회고한다.

보노는 “1982년 이후 우리 네 사람은 우리 밖의 세상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한다. 히트곡을 만드는 것보다 더욱 절박한 필요가 가득한 세상을 외면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노래에서 찾았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노래한 ‘이름 없는 거리에서(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인권과 인종 문제를 다룬 ‘프라이드(Pride, In the Name of Love)’ 등은 그런 노력의 결과다. U2가 왜 역사상 가장 사회적·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그룹으로 꼽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U2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SURRENDER(항복)’란 책 제목은 언뜻 당혹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노래한 것이 가해자에 대한 분노나 복수의 감정이 아니라 이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데 있는 걸 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말로 승리를 거두는 유일의 진리는 바로 항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로에게, 사랑에게, 더 상위의 권능에게.’(38장 ‘Moment of Surrender’ 중)

그냥 젊었을 적 좋아했던 그룹과 노래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담겨 있을 줄 미처 몰랐다.

#SURRENDER 서렌더#보노#U2#록 밴드#40곡#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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