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아노계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인 피아니스트 베아트리체 라나(31)가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7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내한 공연이 취소됐던 아쉬움을 달랠 이번 무대에서 그는 멘델스존 ‘무언가’ 발췌와 브람스 소나타 2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라 발스’를 들려준다.
라나는 2011년 18세로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년 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청중상을 차지했다. 그의 위상은 오늘날 음반계에서 더 빛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쇼팽 연습곡집, 프로코피예프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등 워너 레이블로 발매하는 음반마다 그라머폰과 프레스토 등 음반 전문지의 주목과 상찬을 받으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불처럼 타오르는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뉴욕타임스는 “음악적 야성과 지성을 함께 갖췄다”고 그의 연주를 평했다.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나는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역사, 기회로 가득 찬 일”이라며 “악보에 쓰이지 않은 것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고 그 해석의 과정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중기 낭만주의 멘델스존의 곡과 후기 낭만주의의 브람스, 근대 작곡가 라벨의 곡을 연주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청중이 집중했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이번 공연의 주제는 ‘환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혁신적이죠. 멘델스존은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으로 작품을 엮어내는데, 그의 곡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브람스 소나타 2번은 실제로는 그가 작곡한 첫 피아노 소나타이자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삶에 대한 갈망의 에너지로 가득찬 곡이죠.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공포소설과 같은 작품이고, ‘라 발스’는 낭만주의의 환상을 마지막에 무너뜨리는 작품입니다.”
―연주가들은 악보가 규정하는 것과 자신의 독창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나갑니다. 그 ‘적절함’이란 어떤 것일까요.
“제 개성이 작곡가의 개성을 압도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 작품을 압도할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레퍼토리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곡가는 악보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주어지는 거죠. 이 여지가 연주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작곡가가 있다면.
“슈베르트 작품을 무대에서 연주한 경험이 없어요. 슈베르트는 앞으로 탐구해 나갈 첫 번째 작곡가입니다.”
―유년기를 보낸 이탈리아 동남부의 레체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레체는 바로크 양식의 예술적인 도시로서 ‘남부의 피렌체’라고 불립니다. 도시 전체가 빛에 차있는 느낌을 줍니다. 제 할아버지는 교외에서 포도주를 만드셨는데, 아름다운 자연의 환경이 제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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