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흉상이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내에 존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흉상 이전 추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시작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앞서 이 흉상을 독립기념관 등 외부 시설로 이전하려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독립군, 광복군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홍범도 지우기’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홍 장군 흉상을 포함해 5인(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이회영)의 흉상 모두 육사 내에 재배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당초 육사 내 생도 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설치된 5인 흉상 중 홍 장군 흉상만 외부로 이전하고 나머지 4인 흉상은 육사 내에 재배치할 계획이었지만 모두 육사 내 재배치로 정했다는 것. 육사는 올해 안에 확정되는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에 따라 이들 5인 흉상을 독립운동, 한미동맹 등을 주제로 교내에 조성하는 기념공원에 각각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은 지난해 8월 점화됐다. 육사가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에 따라 5인 흉상을 모두 교외로 이전하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립운동 역사 지우기’ 논란이 일었다. 악화된 여론에도 육사는 지난해 8월 말 공식 입장을 내고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홍 장군 흉상에 한한 외부 이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와 야당 등 각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고, 일각에선 이 논란 자체가 민생을 뒷전으로 한 과도한 이념 소모전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에 육사는 결국 악화된 여론 등을 고려해 1년 넘게 끌어온 이 문제를 교내 재배치로 마무리 짓는 것으로 최근 사실상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과 국방부도 육사가 홍 장군 흉상을 육사 내에서 재배치한다는 내용의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보고하면 이를 받아들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육사 측은 이날 동아일보의 관련 질의에 “존치 여부와 이전 관련 사안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며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고만 했다.
다만 광복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육사 내 홍범도 흉상을 철거해 재배치하려는 것은 독립전쟁 영웅들의 역사와 정신을 훼손하고 국군의 뿌리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시도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그동안 홍 장군 동상을 현재 위치에서 1mm도 옮겨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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