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의 퇴역 미군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청력 손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나중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력 손실 정도가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지속될수록 파킨슨병 진단 확률은 높아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청력 손실이 신경 퇴행과 관련이 있다는 기존 이론을 뒷받침 한다. 아울러 보청기가 나이 든 사람의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저비용 저위험 개입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알럿(Science Alert)에 따르면 2022년 한 연구에서 난청을 겪는 성인 중 보청기로 상태를 관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19%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한 임상시험에서 청각 보조 기기와 인지 기능의 연관성을 시험한 결과 보청기가 일부 고령자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50% 가까이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파킨슨병도 치매와 마찬가지로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세인 느린 움직임, 경직, 떨림 보다 시력 문제나 후각 상실이 먼저 나타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청력 손실이 파킨슨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초점을 맞춘 최대 규모의 연구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는 포틀랜드 재향군인 의료 시스템과 협력해 둘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했다.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이자 신경과전문의인 닐슨(Lee Neilsen)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청력 손실이 중년기의 치매에서 가장 중요한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파킨슨병에도 동일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에 썼다.
닐슨 교수의 연구팀은 729만6000여 명의 퇴역 미군 집단을 대상으로 경도, 중등도, 중증 또는 고도 난청 여부를 검사했다. 이후 1999년부터 2022년까지 20년 넘게 동일 집단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청력 손실을 겪은 사람들이 나중에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력이 나쁠수록 파킨슨병 발병 확률은 올라갔다.
긍정적인 면도 발견했다.
청각 보조 기기 사용과 파킨슨병 발병 위험 감소 간 연관성 조사에서 청력 이상 진단을 받은 후 2년 이내에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들은 나중에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크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보청기 착용이 인구 수준(미 퇴역군인 전체)에서 파킨슨병 위험을 줄인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청력 손실에 관한 광범위한 선별 검사와 적절한 보청기 사용이 이뤄진다면 파킨슨병 발생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닐슨 박사는 미 재향군인회 공식 사이트에 “청각 보조 기기 착용은 단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청력 검사를 받고 보청기를 착용할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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