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으로 맛기행을 가면서 내심 간고등어 백반을 첫손에 꼽았다. 안동은 찜닭과 한우갈비도 유명하지만 가장 서민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음식으로 한국인들의 허기를 달래준, 감히 ‘국민 솔 푸드’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안동 간고등어를 안 먹어 본다는 것은 그 원천을 소유한 고장에 대한 예의가 아닐 테니까.
언젠가 이 연재 코너에 썼지만, 나는 인생이란 별것 아니라 먹어본 음식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실 어려서부터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있는 반면 나이 50이 돼서야 어렵사리 먹어보는 음식도 있는 법이다. 생각해 보자, 평균적으로 스무 살 청년과 50세 장년 중 누가 먹어본 음식의 가짓수가 많겠는가를. 그것이 곧 그 둘의 인생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고등어는 내 생각에는 두부, 콩나물, 돼지고기 등과 함께 한국인이라면 보통 두세 살 무렵이면 예외 없이 맛보는 식재료인 것 같다. 그만큼 친근하고 거부감이 없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1989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는 성전식당은 구 안동역 건너편, 비교적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집이지만 간고등어 맛 하나만으로 유명해져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재발라 보이는 60대 주인아주머니가 휙 감겨오는 안동 사투리로 반갑게 맞아주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집이다. 거기서부터 마음이 사뭇 푸근해진다. 신발을 벗으라는 것은 무엇인가. 안심하라는 것이다. 여기는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곳이니 안심하라고. 그래,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밥 먹다가 도망갈 일이라도 생기는 양 다들 신발을 신고 급히 밥을 먹는다. 나는 신발을 벗고 밥을 먹는 것이 백반집에 썩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드디어 이 집의 대표 메뉴 된장찌개 간고등어구이 백반이 나왔다. 정갈한 밑반찬에 노르스름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간고등어구이와 함께 걸쭉한 느낌의 된장찌개가 앞에 놓인 것.
주인아주머니가 알려준 대로 밥을 큰 대접에 넣고 밑반찬을 골고루 얹은 뒤 된장찌개를 넣고 비벼서 한술 떠 입에 넣으니, 정말 벗어놓은 신발 따위 잊고 미각에만 골몰하게 하는 맛이다. 거기에 짭조름하고 고소한 간고등어구이를 찢어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 맛이라니. 안동에 와서 안동 간고등어구이 안 먹어본 사람과는 앞으로 말을 트고 싶지 않다는 발칙한 생각마저 들었다. 35년이라는 세월 동안 간고등어구이 백반을 내놓는 사이, 주인아주머니는 초로에 접어들었다. 처음 식당을 냈을 때는 분명 서른 안팎의 색시 소리를 들었을 터인데, 그 고운 나이에서부터 비린내 나는 생선을 손질하고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그이는 장차 35년의 시간을 살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안동 간고등어는 제법 알려진 대로 안동에서 가까운 어항인 영덕에서 잡은 고등어를, 집성촌과 동성촌이 많아 제사 등의 수요가 있는 안동으로 가져오는 동안 썩지 말라고 소금을 친 데서 유래한다. 그러니까 시간을 이겨보려는 지혜의 산물이 안동 간고등어다. 구 안동역 건너편 성전식당 주인아주머니도 안동 간고등어와 함께 시간과의 싸움을 견뎌냈을 것이다. 간고등어가 시간을 달래면서 사람을 살리는구나. 참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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