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책사’이며 올 7월 1일 의회모독죄로 수감됐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70)가 29일 풀려났다. 그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전날 자신의 인기 팟캐스트 ‘워룸(war room)’에서 “내일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지지층을 선동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이와 관련된 의회 청문회의 출석 및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아 유죄를 선고받았다. 약 4개월의 형을 살고 이날 석방된 것이다.
대선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고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라 배넌의 석방은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석방 몇 시간 만에 ‘워룸’을 다시 진행한 그는 “감옥에서 무너지긴커녕 오히려 힘을 얻었다”며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교도소에서 만난 노동계층, 흑인 남성, 라틴계 젊은 남성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몹시 싫어하더라”고 주장했다. 비(非)백인 남성은 그간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됐지만 해리스 후보는 이들로부터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만큼의 강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이번 대선 결과가 트럼프 후보의 압승으로 나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2020년에 이어 이번 대선 또한 사기라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그는 “현재 주요 여론조사 결과처럼 트럼프 후보와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엇비슷하다면 트럼프 후보가 미국인을 2020년처럼 어둠 속에 두지 말아야 한다”며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극우 성향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공화당원’의 강한 결집은 물론이고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 보수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워룸’ 청취자의 3분의 1은 자신이 무소속이라고 밝혔다.
배넌은 2017년 1∼8월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내며 극단적 반(反)이민, 반무슬림 정책을 주도했다. ‘주군’보다 튀는 행동과 발언으로 다른 참모와 끊임없이 충돌해 백악관을 나왔지만 ‘워룸’을 통해 극우층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0년 대선 때도 그가 처음 트럼프 후보에게 “개표 결과에 상관없이 선거 승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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