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승패가 7개 경합주(州)에서 간발의 차이로 결정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 지역에 거주하는 특정 인구집단의 표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번 대선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선택이 최종 결과까지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8만2000명에 이르는 미시간주의 레바논계 유권자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시간주에는 1920년대부터 레바논계 이민자들이 몰려왔다. 1970년대까지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1980년대 이후에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외교 매체 포린폴리시(FP)는 지난달 28일 미시간주의 레바논계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대선 기간 중 중동 전쟁이 이번처럼 격화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정작 레바논계의 투표율은 낮을 가능성이 크다.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한 레바논계 유권자는 “둘 중 누가 되든 결과는 (친이스라엘 정책일 것이) 뻔하다”며 무력감을 호소했다. 실제로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8월 여론조사에서는 미시간주 아랍계 유권자의 약 40%가 녹색당 질 스타인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바다주에서는 인구의 21%를 차지하는 라틴계 유권자 45만 명이 주목받는다. 네바다주는 경합주 7개 중 라틴계의 비중이 애리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곳.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라틴계정책정치연구소는 이들을 두고 “체급에 비해 약한 펀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성향을 무소속으로 밝힌 비율이 41%로 당파성이 약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지난달 27일 뉴욕 유세에서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면서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푸에르토리코계 인구 47만2000명의 표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다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도 푸에르토리코계 인구가 각각 13만 명, 12만 명 이상 거주하는 만큼, 이들이 막판 결집할 때 트럼프 후보에겐 적잖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캐나다에 거주하는 미국인 약 61만 명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가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와 접해 있는 만큼 이들이 적극 투표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주캐나다 미국대사를 지낸 브루스 헤이먼은 지난달 22일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캐나다의 미국 유권자들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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