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젓가락에 담긴 3국의 밥상 문화 차이[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14일 1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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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중일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 때 젓가락 길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중국 젓가락은 우리보다 길고 뭉뚝하고 일본 젓가락은 우리보다 길이가 짧고 뾰족하다고 한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중국은 농경학적으로 기름이 풍부하여 300∼400도 이상의 온도에서 하는 요리가 많다. 이 방법이 중국에서 전통이 되기 전까지 아마도 수많은 사람이 배탈로 고생하고 심지어 죽기도 했을 것이다. 고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채소까지도 기름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전분액을 이용하여 고온에서 요리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맛도 더 좋아지고 음식의 보관 기간도 길어진다.

손으로 반찬을 만들어 따로따로 담아 먹는 우리나라의 밥상 문화에 비해 웍(wok)에서 요리하는 중국 음식은 양이 적지 않고 풍요로운 면이 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지리농경학적인 이유도 있다. 원형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돌려 가면서 원하는 요리를 덜어서 먹는 중국 특유의 문화는 이런 풍요로움에서 탄생했다.

이와는 달리 일본은 막부(幕府)를 통일한 16세기에 들어서야 제대로 된 통일국가를 세웠다. 그래서 국가를 대표할 만한 전통적인 음식 문화의 역사가 짧다. 그 전에는 섬나라의 특성에 따라 각 지방에 고유의 특이한 음식이 있었을 것이다. 지방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대체로 육식을 기피하고 홀로 먹고 음식도 단출한 편이었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시대에 들어서야 일본은 자신들의 식문화에 영양 부족(mal-nutrition)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메이지유신 시대에 개혁의 목표가 열악한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음식을 시장화, 산업화시키는 것이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개혁의 방향은 우리나라처럼 비영양성분(non-nutrient)인 다양한 반찬 문화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영양성분인 밥을 많이 섭취하게 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 서양의 요리를 받아들여 일본화하여 파는 식당이 생기고 산업적인 음식 생산이 시작하였다. 오늘날 일본의 대표적인 식문화와 식품 산업은 메이지유신 시대 이후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면 된다. 식품 산업의 역사만 보면 적어도 우리나라보다 100년 이상 빨랐다.

이러한 음식 역사와 문화 때문에 한중일 3국의 숟가락과 젓가락 차이가 나타난다. 중국 음식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밥이나 국을 떠먹는 숟가락은 없고 탕을 떠먹는 손잡이가 작은 숟가락을 쓴다. 젓가락은 원탁에 올려진 요리를 덜어 가져와야 하기에 크고 끝도 뭉뚝하다. 일본 음식 문화는 효율성을 중시한다. 사람들의 동선을 줄이려고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숟가락은 거의 쓰지 않고 짧은 젓가락을 쓰는 식으로 식사법이 진화했다. 우리나라 밥상 문화에서는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밥그릇을 내려놓고 먹기에 일본보다 젓가락은 조금 길고 중국 것보다 짧아지는 쪽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 젓가락은 단순히 반찬과 음식을 집어 먹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다. 반찬의 다양성 때문에 젓가락으로 고르고, 뒤집고, 바르고, 가르고 심지어는 자르는 등 중국와 일본에서는 할 일이 없는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기술이 세계에서 뛰어난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젓가락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한중일 음식문화#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젓가락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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