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공군 “러시아, 우크라 내륙으로 ICBM 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2일 03시 00분


우크라 英스톰섀도 공격에 러 반격
대규모 핵보복 가능성 경고 나서
크렘린궁은 ICBM 발사 확인 거부

우크라이나 공군은 21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자국 남부 드니프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에 대한 확인을 거부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발사한 ICBM이 RS-26 루베즈라고 보도했다. RS-26 루베즈가 발사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우크라이나 공군은 21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자국 남부 드니프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에 대한 확인을 거부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발사한 ICBM이 RS-26 루베즈라고 보도했다. RS-26 루베즈가 발사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러시아가 21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중남부 도시 드니프로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표했다. ICBM은 사거리가 수천 km에 달하며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무기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ICBM의 사상 첫 실전 투입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로 21일 오전 5∼7시 드니프로의 중요 기반시설을 공격했다”며 “특히 러시아 아스트라한 지역에서 ICBM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또 “탐보프 지역의 미그(MiG)-31K 전투기에서 Kh-47M2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이 공중 발사됐고, 볼고그라드 지역에선 투폴레프(Tu)-95MS 전략폭격기가 Kh-101 순항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러시아가 발사한 ICBM이 사거리 5800km 이상인 ‘RS-26 루베즈’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19일과 20일 각각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에이태큼스(ATACMS)’와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직후 단행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실제 ICBM을 발사했다면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규모 핵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핵 공격 요건을 완화한 ‘핵 교리’(핵무기 사용 규정) 개정안에 서명했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ICBM을 발사했다는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우크라 언론 “러 발사 ICBM 사거리 5800㎞ 핵탑재 가능”… 美-유럽까지 위협


[우크라 “러, ICBM 발사”]
푸틴, 서방 미사일에 대응 수위 높여… 일부선 “ICBM 아닌 탄도미사일”
우크라, 英스톰섀도로 러 본토 공격
북한군 파병지…“모스크바 타격 가능”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렇게 강력한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건 처음이다.”

러시아가 21일 오전(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향해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표하자 로이터통신은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뜻으로, 전쟁을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수 있는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미국 CNN 방송 등 일부 서방 언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탄도 미사일”이라고 보도했지만 크렘린궁은 ICBM 발사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며 오히려 불안감을 키웠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핵교리 개정안에 공식 서명하며 서방을 향해 강조했던 핵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러시아가 실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스톰섀도, 모스크바까지 닿을 수도”

우크라이나 공군의 주장대로 러시아가 ICBM을 발사했다면 19일로 전쟁 발발 1000일을 넘긴 이번 전쟁은 ‘사상 처음으로 ICBM이 실전에 사용된 전쟁’으로 기록된다. 미국이나 북한 등 다른 ICBM 보유국들은 ICBM을 실전에서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러시아의 ICBM 발사 소식을 전하며 사거리가 5800km라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발사될 때 미국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다만 우크라이나 공군 당국이나 서방 언론은 구체적인 기종을 공개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속도나 고도 측면에서 (이번 미사일은) ICBM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ICBM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19일 미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여섯 발을 러시아 브랸스크주에 발사한 데 이어, 20일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Storm Shadow)로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공격했다.

영국 장거리 미사일인 스톰섀도
특히 스톰섀도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도 평가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는 전투기로 지상 목표를 공격하는 순항미사일로 사거리가 최대 560km에 이른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서방 주요국 중 처음으로 스톰섀도를 지원했지만 당시엔 사거리가 250km에 그치는 수출용 미사일만 보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해 560km까지 타격이 가능한 기종의 미사일을 보냈을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스톰섀도로 자칫하면 모스크바가 직접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이 최근 사거리 560km 미사일을 지원했다면, 이는 쿠르스크 상공에서 발사하면 모스크바까지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러, 서방 물러서게 할 것”

실제로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어 러시아가 느끼는 위협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지원국들은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여건을 점할 수 있게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에이태큼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데 이어, 반인도적 무기로 분류되는 대인 지뢰 지원까지 결정했다. 20일 2억7500만 달러(약 3850억 원) 상당의 긴급 군사 원조를 발표했는데, 새롭게 지원하는 무기에는 대인 지뢰를 비롯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과 155mm·105mm 포탄, 박격포탄, 대전차 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또 4월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던 차관 90억 달러 가운데 46억 5000만 달러를 탕감해 주는 것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서방의 지원 흐름을 ICBM 등을 통한 위협으로 끊으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맬컴 데이비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수석분석가는 CNN에 “러시아는 서방을 위협해 이쯤에서 물러서게 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다만 러시아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 ABC와 NBC 등은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서방 당국자의 비공식 브리핑을 인용해 “러시아는 ICBM이 아닌 일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일반 탄도미사일을 쐈더라도 이 역시 서방을 향한 위협 신호로 분석된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스트라한에서 드니프로까지 비행거리는 1000km 안팎”이라며 “이번에 에이태큼스나 스톰섀도보다 사거리가 긴 무기를 사용했으니 전쟁을 고조시킨 조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ICBM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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