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2일 “헌법에 따라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온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고 했다. 15일 공직선거법 1심 징역형 판결 이후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법부를 향한 공격에 대해서도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23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김건희 특검법’ 촉구 4차 장외집회에서도 발언을 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당 소속 의원을 향해서도 언행 주의를 당부했다. 이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을 앞두고 당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로키(low-key)’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향후 재판에서는 최대한 사법부에 대한 자극을 피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 李 “대다수 법관과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
이 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이후 처음으로 사법부를 향한 메시지를 내면서 우호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간첩 누명으로 사형 당한 조봉암,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김대중 전 대통령 내란 음모 사건에 대법원이 재심을 열어 무죄를 선고한 일을 언급하며 “흑역사도 있지만 (법원은) 한때 잘못 가더라도 반드시 제 길을 찾아왔다”고 했다. 이 대표 본인 재판에서도 2020년 대법원이 친형 강제입원 관련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일, 지난해 체포동의안 통과 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일을 나열하며 “결국 사필귀정해서 제자리를 찾아준 것도 대한민국 사법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심적이고 정의감이 투철한 유능한 법관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법관은 독립돼 있다. 그래서 법관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고등법원, 대법원이 있는 이유”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을 향해 “거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달라. 당이 커지면서 정치적 중요성도 높아진 만큼 한마디 한마디 구사하는데 신중을 기해달라”고 지시하는 등 사법부를 향한 날선 언사도 단속했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한 의원은 “공직선거법 1심 재판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대응하면서 형량이 높아진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 野 내부서 “‘대여 공세 올인’ 원내 전략 바꿔야”
민주당 내에서는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동원령만 내려서는 정국을 타개할 해법을 마련할 수 없다”며 대여 투쟁 일변도의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장외집회와 국회 내 릴레이 천막 농성, 김건희 특검법 1000만인 서명운동 등 당력을 쏟은 여론전에도 여권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 서명운동을 받는데 당력을 집중하기로 해놓고 한편에서는 이 대표 무죄 탄원 서명을 받으니 특검법 서명운동이 지지부진해졌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지금 지도부에서 ‘돌격 앞으로’ 말고 전략이 있긴 한 것이냐”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표결에서 무산되면 4차 특검법을 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반복할 것이냐는 내부 고민이 있다”며 “원내가 중심이 돼 여당 중립지대 의원들에 대한 물밑 설득 작업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1심 선고 이틀 전인 23일로 예고된 야권 장외집회를 두고 비판을 이어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주중에는 국회를 정쟁의 장소로 만들고 주말에는 아스팔트로 나가 파란 옷을 벗은 위장집회를 열겠다는거냐”고 했다. 여당은 25일 1심 선고 이후 대장동 개발업자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의 공범 관계를 이유로 이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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