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잃었던 美 남성…안면이식술로 제2의 인생 찾아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1월 24일 08시 21분


ⓒ뉴시스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다 얼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미국 남성이 안면 인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았다.

미국 CNN 등 현지 매체는 기증자의 조직으로 얼굴 85%를 이식해 새 얼굴을 갖게 된 데릭 파프(30)의 사연을 전했다.

미시간주 하버 비치 출신의 데릭은 학업 성적도 뛰어나고 풋볼팀 주장까지 맡은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2014년 3월 5일 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총으로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당시 그는 머리에 산탄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집안 총기 보관함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 아버지 제리 파프는 집 주변을 살피다가 차고 옆 눈더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데릭은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데릭은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총을 꺼내고 밖으로 나가 스스로에게 쏜 순간까지 어느 것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행히 데릭은 살았지만 총상으로 얼굴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그는 코, 입술, 치아, 이마 일부를 잃었다. 후각은 상실했으며 코로 숨을 쉬거나 미소를 짓고, 눈을 깜빡이는 일도 불가능했다. 음식을 씹고 삼키기도 힘들어 튜브를 통해 먹었다.

이후 데릭은 58차례에 걸쳐 안면 재건 수술을 받았으나 한계가 있었다. 코, 턱, 치아, 눈꺼풀과 이마뼈 일부가 없었고 씹거나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파프의 어머니 리사 파프는 “의료진은 ‘결국 남은 건 안면 이식 수술뿐’이라며 더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고 했다”며 “아들은 평소 활발하고 사교적인 아이라 처음엔 아들이 한 행동에 충격받았고, 다음엔 막지 못했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든 게 소용돌이처럼 빠르게 벌어졌고, 지금 할 수 있는 건 가족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이 시기를 잘 이겨내는 것뿐이었다”고 회상했다.

파프는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에서 안면 이식 수술을 받기로 했다.

안면 이식 수술은 얼굴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잃은 사람에게 뇌사자의 코와 입술, 눈 주변 등의 피부를 기증받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기증자의 이마부터 턱까지 절개해 피부 아래 혈관, 신경, 근육 등을 함께 분리한 뒤 안면을 이식받을 환자의 혈관, 신경, 근육과 차례로 이어주는 고난도 수술이다.

의료진은 3D 프린팅 기술과 디지털을 통해 가상 수술을 하며 뼈의 어느 부분을 어떤 각도로 절개할지까지 정확히 계획했다. 기증자와 데릭의 얼굴 신경을 정밀하게 연결해 데릭이 웃음을 지을 때 그 신경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했다. 수술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는 데만 무려 9개월 넘게 걸렸다.

지난 2월 기증자가 나타나면서 데릭은 안면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50시간 이상 걸렸으며 투입된 의료진만 80명이 넘었다. 이식 부위는 이마 일부, 코, 광대뼈, 치아, 상·하악, 눈꺼풀, 입, 얼굴 근육, 얼굴과 목의 피부를 포함했다.

데릭 얼굴의 약 85%는 기증자의 조직으로 대체됐다. 이 수술 덕분에 데릭은 10년 만에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기쁨, 웃음, 슬픔, 실망 등 얼굴로 감정 표현도 가능해졌다.

병원은 데릭이 수술 이후 한 달 동안 자신의 새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카메라, 휴대전화, 아이패드를 빼앗았고 욕실 거울을 가렸다. 이 기간 그는 회복하며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마침내 데릭은 지난 3월 5일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극단 선택을 시도했던 날로부터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다시 사람이 된 느낌이며,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기분”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데릭은 이식 후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는 주 2회씩 운동하면서 언어 치료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데릭은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기로 했다. 데릭은 “내일이 되면 새로운 태양이 뜬다”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를 넘길 줄 알아야 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이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자살 예방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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