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이익 보호 위해선 상법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기고/최준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6일 22시 57분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상법은 헌법,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과 함께 법무부가 직접 관할하는 기본 6법 중 하나다. 상법은 변호사들도 어려워한다. 상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 민법을 이해하는 바탕에 더 진보적이고 기술적인 법인 상법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국회의원들은 상법을 너무 쉽게 대하며 서로 고치려 든다. 법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1500만 소액주주의 환심 사기에 무게를 둔 것 같다.

대통령실은 며칠 전 “실제로 주주가 어려움을 겪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핀포인트로 고쳐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명확하게 주주의 이해관계를 해치는 부분에 대해 규정하고, 이 부분을 엄격하게 제어하는 그런 형식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정책 방향이 좀 더 합리적이다. 무언가를 개선해야 한다면 구체적인 규정을 손봐야 하는데, 상법상 일반 규정인 ‘충실의무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은 정치적 포퓰리즘일 뿐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①회사 분할 이후 이중상장 때 기존 주주 보호 ②불완전 모자회사 또는 계열회사 관계에 있는 기업 간 합병의 경우에 적용될 합병 비율이다. ①의 문제는 몇몇 회사의 물적 분할과 이중상장으로 기존 회사의 주주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에서 드러났다. ②의 문제는 지배주주가 두 합병 당사 회사 중 하나의 회사에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반면 다른 하나의 회사에는 보유 지분이 적은 경우, 지분이 많은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지분이 적은 회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할 때 일어난다. 지배주주는 큰 이익을 보거나 그룹 지배력을 높이게 되나, 저평가된 회사의 주주들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들은 틀린 주장들이 아니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이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대응책을 마련하면 된다. 이 사안들은 자본 거래에 해당하는 사안들이어서 자본시장법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확실하다. 그런데 외환위기 끝인 1998년 갑자기 도입된 상법의 충실의무 규정을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실효성은 없이 상법의 기본 원칙만 파괴한다.

충실의무란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재산을 편취하지 말라는 규정이므로, 소액주주 보호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사의 의무를 강화하려면 민법과 상법에 공통되는 ‘선관주의의무’ 규정을 손봐야 한다. 이 선관주의의무 규정은 미국법상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 일본의 ‘선관주의의무’와 그 내용이 일치한다. 그런데 한국만 여기다 “총주주의 이익”이라는 문구나 “전체 주주 이익의 공평한 대우”와 같은 이해되지 않는 수상한 용어를 사용해 상법용 선관주의의무를 재정의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다. 한국 사법(私法) 체계 자체도 흐트러진다. 그래서 상법학자들 대부분이 충실의무 규정의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다.

수술을 하려면 수술용 메스로 환부를 조심스럽게 도려내야 한다. 자본시장법을 들여다보고 문제가 된 부분을 미세하고 정밀하게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상법 일반규정을 고치려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 기업 가치 제고와 거리가 멀다. 실질적으로 소액주주를 위한 것이 아닌, 소액주주를 위하는 척하는 기만이 될 수 있다.
#소액주주#이익#보호#자본시장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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