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수직농장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수조 원 대의 투자금을 유치했음에도 경제성을 만들지 못해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로봇 수직농장 스타트업 로웨인이 ‘수직농장의 경제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이 경제성을 확보할 기술로 낙점한 것은 로봇이다.
11월 초,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수직농장 스타트업 ‘바워리 파밍(Bowery Farming)’이 운영을 중단했다. 사유는 운영 비용 상승 때문에 생긴 재정 부담이다. 이 곳은 앞서 미국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영화 배우 나탈리 포트만 등 유명인들로부터 7억 달러(약 9782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덕분에 기업 가치도 한 때 23억 달러(약 3조 2147억 원)를 기록했다.
2015년 문을 연 바워리 파밍은 투자금을 토대로 대규모 수직농장을 만들고 엽채류 채소와 허브를 재배했다. 이를 월마트와 아마존프레시 등 미국 내 약 850곳에 달하는 프리미엄 온오프라인 식료품점에 공급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고급 식재료를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수직농장 기술의 연구 개발 비용을 늘렸다. 미국 애틀랜타 주와 댈러스-포트워스 등 더 많은 곳에 수직농장을 설치하려고 수억 달러에 달하는 융자도 받았다.
하지만, 바워리 파밍의 예상과는 달리 고급 식재료의 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수직농장의 생산성도 예상보다 낮았다. 설상가상으로 수직농장 시설 구축과 유지비를 포함한 운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금 사정을 옥죄었다. 결국 바워리 파밍은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직농장 스타트업의 잔혹사는 사실 바워리 파밍 이전에도 일어났다. 2022년에는 피프스 시즌(Fifth Season)과 글로우팜(GlowFarms)이, 2023년에는 에어로팜(AeroFarms)이 각각 파산했다. 이들이 파산한 사유는 대부분 같다. 수직농장의 경제성이 시설 개발과 구축, 운영 비용만큼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크리스 세르비니 피프스시즌 부사장은 자동화가 곧 수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자동화를 위한 자동화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에어로팜과 글로우팜 역시 대규모로 만든 수직농장의 운영 비용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비싸진 탓에 파산에 이르렀다.
이처럼 수 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을 정도로 규모가 큰 수직농장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파산했지만, 업계는 여전히 수직농장에 기대를 건다. 지구를 휩쓴 기후 이변, 고령화에 나날이 치솟는 인건비가 겹쳐 농작물 생샨량이 급감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식량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스마트팜처럼 기후와 지역의 제약 없이 농작물을 기르도록 도우면서, 스마트팜을 압도하는 대규모로 훨씬 더 많은 농작물을 수확하는 수직농장은 여전히 주목 받는다.
수많은 수직농장 스타트업이 규모 확장과 재배 효율 증대에 집중하는 가운데, 로웨인은 로봇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로웨인의 구성원은 대부분 로봇과 자동화 기술 전문가다. 이들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직농장의 한계와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로봇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이 개념을 도입한 로봇 수직농장 ‘인텔리팜’을 공개했다.
앞서 사례로 든 해외의 대형 수직농장 스타트업들이 파산한 주 원인은 ‘비용’이다. 수직농장의 규모를 키우고 내부에 첨단 자동화 시설을 과도하게 도입한 것. 한 수직농장은 내부의 거의 모든 공간에 이송 라인을 설치했을 정도다. 이러면 기술과 기기의 연구 개발비, 초기 시설 구축비, 유지보수비와 운영비가 많이 든다. 농작물의 수익성이 이들 비용보다 낮으면 재무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
수직농장의 규모가 작아도 문제가 생긴다. 규모가 작으면 농작물 재배장치의 집적도가 낮아 그 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 자동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작업 전반을 사람이 해야 하는데, 이는 곧 인건비 증대로 이어진다.
로웨인은 물류 구조에서 고안한 로봇 시스템을 수직농장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수직농장을 대규모로 구축하되, 농작물을 재배하는 재배 구역과 수확하는 작업 구역으로 나눈다. 재배 구역에는 수직농장의 장점을 살려 재배장치를 높이 쌓되, 이들 재배장치를 모듈처럼 만들어 이동을 자유롭게 한다. 이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를 자율이송로봇을 활용해서 작업 구역으로 한 번에 옮기는 구조다.
자율이송로봇이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를 작업 구역으로 옮기면, 스태커 로봇이 높이 쌓인 재배장치를 내려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작업자는 농작물 수확과 파종만 맡는다. 수확과 파종을 마치면, 스태커 로봇이 다시 재배장치를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로 올리고, 자율이송로봇이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를 다시 재배 구역으로 옮긴다.
로웨인의 로봇 수직농장 인텔리팜은 꼭 필요한 곳에만 로봇을 배치한다. 무거운 재배 장치를 옮기고 쌓아올리는 것을 로봇이 대체하므로, 사람은 수고를 줄이고 안전하게 일한다. 재배 구역을 넓혀도 재배 장치의 운반과 관리를 자동화하는 덕분에 무난히 운용 가능하다. 사람은 농작물의 수확과 파종만 하면 된다.
2024년 하반기, 로웨인은 인텔리팜 시제품을 검증하고 관계자들에게 시연할 목적으로 경기도 수원 소재 연구소에 40평 규모의 쇼 룸을 만들었다. 이 곳에 오면 로웨인의 자율이송로봇과 스태커 로봇,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와 육묘 시스템, 양액기와 환경 제어 소프트웨어를 확인 가능하다.
로웨인은 쇼 룸에서 로봇과 수직농장 기술을 소개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검증할 엽채류와 기능성 원료용 농작물을 재배한다. 엽채류는 가격이 저렴하다. 따라서 엽채류를 재배해 수익을 낸다면, 고부가가치 농작물 재배 시 더 큰 수익을 기대 가능하다. 로웨인은 쇼 룸에서 재배한 첫 농작물을 올 9월 충청남도 천안시의 취약계층에게 기부했다.
로웨인은 쇼 룸을 인텔리팜에 관심을 가진 업계 관계자와 투자 기업에게 공개한다. 로봇으로 운용 효율을 높이는 수직농장의 개념은 이들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저 이야기로만 로봇 수직농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과 실체를 가지고 연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이어 로웨인은 쇼 룸을 토대로 2025년 대규모 로봇 수직농장을 실제로 구축, 인텔리팜의 경제성을 증명한다. 이를 위한 프리 A 시리즈 투자금 유치도 진행 중이다.
이경하 대표는 “로웨인은 로봇 수직농장의 경제성을 입증하는 첫 스타트업이 될 것이다. 지금 운영 중인 쇼 룸과 2025년 만들 대규모 로봇 수직농장 인텔리팜을 성공으로 이끌겠다. 이를 토대로 세계 수직농장 업계의 발상을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을 앞당기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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