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생존 위협하는 최대 변수 된 기후… 먹거리와 사람 감정까지 영향 줘
기후 위기 극복하는 신제품 개발… 취약계층 돕는 공공 역할 중요해져
기상 이변이 심상치 않다. 유례없는 긴 여름 덕분에 ‘반팔 입는 최초의 추석’을 경험하고 났더니 11월에는 ‘117년 만의 최대 폭설’이 내렸다. 그동안 북극곰의 문제로만 생각했던 기상이변이 어느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미래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할 ‘현존하는 위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는 지금껏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당장 식탁 위 먹을거리가 변하고 있다. 파파야, 체리, 패션프루트 등 과거 동남아 과일이라 불리던 과일이 국내에서 재배되며 국산 과일로 변모 중이다. 높은 위도에 추운 날씨로 열대식물 재배는 엄두도 못 냈던 강원 양구 지역에서는 멜론 농사를 시작했다. 반면 국내 대표 과일로 불리던 사과의 재배지는 점점 북상하며 ‘금사과’로 불리고 있다. 몇 년 사이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급격히 어획량이 줄어든 오징어는 이제 ‘금징어’를 넘어 ‘없징어’라고 한다. 사람들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수로 김치를 담그고, 동남아 과일로 추석 제사를 지내는 묘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기후는 사람들의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덥거나 추워서 힘든 것을 넘어 “앞으로 이러한 극한 기후 아래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근원적인 고민에 직면하는 ‘기후우울증’이 늘고 있다. 기후우울증이란 미국심리학회가 정의한 우울장애의 일종인데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실시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응답자의 83.1%는 ‘앞으로 어떤 재난이나 위협이 닥칠지 몰라 불안하다’, 55.7%는 ‘미래 세대에 나쁜 환경을 물려주어 미안하다’, 42.9%는 ‘내 개인적인 노력이 기후변화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아 무력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위협에 맞서고자 기업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신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현대자동차는 여름철 차량의 실내 온도를 섭씨 10도 이상 낮춰주는 ‘나노 쿨링 필름’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의 ‘복사냉각 모자’에도 적용되어 역대 최악의 무더위였다는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 삼성전기는 겨울철 눈이 쌓이거나 얼음이 어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을 연내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모듈은 눈이나 성에가 맺혀 있을 경우 렌즈 부분을 데워 1분 이내에 녹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날씨를 활용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날씨보장 보험상품’이 인기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 ‘센서블웨더’는 여행 도중 일기예보가 예상한 것과 달리 비가 오면 당일 여행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폭우보험으로 유명하다. 여행 중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 두 시간 이상 비가 계속되면 당일 여행비를 자동으로 보상해준다. 따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지급해주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 국내 보험사에서도 이상기후로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결항될 경우 손해를 보상하는 지수형 항공기 지연 보험이 출시될 예정이다. 국제선 여객기가 결항되거나 출발이 2시간 이상 지연된 경우 지연 시간에 비례해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기후 리스크를 지원하는 지수형 보험 상품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만 영향력의 크기는 제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기후는 공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취약계층에게 기후위기는 삶과 맞닿아 있는 문제로 우선적인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 올해 초 환경재단이 실시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아동 주거환경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 아동의 약 74.3%가 이상기온으로 인한 해충 문제, 폭우로 인한 침수 문제 같은 피해를 호소했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80억 명의 조별과제’로도 불린다. 다가오는 새해, 마지막 골든타임을 앞두고 달라진 지구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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