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尹 비상계엄’ 해제]
헌법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 발동”
전문가 “헌법 규범 무시, 위헌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법조계에선 “계엄 선포 요건 자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탄핵 시도에 따른 행정부 마비와 예산 감액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헌법이 규정한 ‘국가비상사태’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비상계엄은 헌법에 근거해 대통령이 내릴 수 있다.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발동되면 국민의 기본권은 상당히 제한된다. 같은 조 2항에 따라 영장제도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재판권도 상당 부분 제약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계엄법에 계엄사령관이 관장하는 범죄가 13가지로 열거돼 있어 여타 범죄는 법원이 관할한다고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이 이를 해제토록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계엄법에는 “대통령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학계와 법조계는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재판연구원장)는 “지금은 전시도 아니고, 사변도 없다.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도 없다”며 “사실상 헌법 규범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위헌적 계엄 선포”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확대 발동된 이후 45년 만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이날까지 총 13번의 비상계엄령이 발동됐다. 첫 비상계엄은 1948년 10월 여수·순천사건을 계기로 선포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4·3사건으로 제주에서 발동됐다. 직전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6·25전쟁 중이었던 1952년 5월 대통령 직선제 등을 담은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계엄령을 발동시킨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1960년 4·19혁명을 막기 위해서도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결국 하야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으면서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1979년 10·26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선포된 계엄은 같은 해 12월 12일 신군부 세력의 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전국으로 확대돼 1981년 1월까지 지속됐다. 1981년 국회법이 개정된 이후 43년 동안 계엄 선포는 없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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