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 피우는데” 여성 폐암환자 85% 비흡연자…‘조리흄’ 노출 원인

  • 뉴스1
  • 입력 2024년 12월 5일 09시 55분


급식종사자 발병률 8배…최근 5년간 60명 폐암 진단

온종합병원에서 환자가 폐CT 검사를 받고 있다(온종합병원 제공)
온종합병원에서 환자가 폐CT 검사를 받고 있다(온종합병원 제공)
부산 수영구에 사는 60대 후반 여성 A 씨는 얼마 전 집 근처 병원에서 건강검진 시 폐CT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확인했다.

A 씨는 온종합병원을 찾아 폐암수술센터 최필조 교수에게 우상엽 폐절제술을 받았다. 현재는 건강이 호전돼 주기적으로 경과 관찰 중이다.

A 씨는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에서 폐선암(1기)으로 진단됐다. 요리를 좋아하는 A 씨가 주방에서 장기간 조리흄에 노출돼 온 게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조리흄은 일반적으로 섭씨 230도 이상의 고온에서 기름을 가열할 때 나오는 미세한 입자를 말한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세계보건기구와 국제 암연구소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의 학교 급식종사자 대상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에서 검진 대상자 2만 4065명 중 139명이 폐암 의심 소견을 받았으며 이 중 31명은 폐암 확진을 받았다. 기존에 진단받은 인원을 포함하면 최근 5년간 급식 종사자 60명이 폐암을 진단받았다.

확진자 평균 연령은 54.9세, 평균 종사 기간은 14.3년으로 조사됐다. 대한폐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85% 이상이 비흡연자이고 요리 빈도 높은 여성의 폐암 발생률이 최대 8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온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가 부산시교육청 의뢰로 학교 급식 종사자(조리원·영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2024 폐암 조기 발견 및 건강유지 증진을 위한 폐암 검진’에서 11월 말 기준 피검사자 144명 가운데 양성결절 42명, 경계성 양성결절 2명 등 이상 소견율이 30%나 달했다. 이들은 앞으로 1년 혹은 6개월마다 추적 관찰해야 한다.

최필조 교수는 “조리흄은 최근 몇 년 사이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며 “특히 조리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종사자, 조리사의 폐암 유병률이 높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제훈 온종합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온에서 기름을 많이 사용할수록 조리흄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환기 시설이 열악한 경우에도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며 “조리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주 환기해야 하며 정기 검진으로 폐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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