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가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에서는 예상치 못할 일이라며, 투자 심리 정상화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내다봤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 역시 정치적 갈등이 길어질수록 한국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S&P는 4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신속한 해제는 신용등급 ‘AA‘ 수준의 주권 국가에서는 매우 예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2016년부터 한국에 21개 등급 중 3번째 높은 등급인 AA를 유지하고 있다.
S&P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발 빠른 조치로 시장 변동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투자심리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경제, 금융, 재정 신용 지표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명확해지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권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잘 대응한다면 투자자들이 한국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적용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디스 부사장 겸 수석 신용 책임자인 아누슈카 샤는 5일 동아일보에 “한국의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사태는 현 정부의 임기 동안 부각된 논쟁적이고 양극화된 정치 환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샤 부사장은 “특히 예산안과 관련된 교착 상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신뢰도를 저하시켜 한국의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S&P는 “국회 의결로 계엄령이 신속하게 해제됐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가 없었다는 점은 한국의 정치 시스템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1~2년 내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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