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 청약 경쟁률 3년만에 최고
평균 154대 1… 작년 2.7배 수준
178채 모집에 9만명 몰린 곳도
부정 청약 상반기에만 127건 적발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공급 가뭄 속 ‘로또 분양’이 이어지며 청약 경쟁률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단기 수익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청약에 뛰어들었다 대거 계약을 포기하거나 위장 이혼·전입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청약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공급량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내년에도 인기 지역 청약 열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1월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154.5 대 1이다. 서울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 3319채 청약에 청약자 51만2794명이 몰렸다. 지난해 경쟁률(57.4 대 1)의 2.7배 수준이다. 청약 경쟁률은 2018∼2020년 두 자릿수 수준을 보이다 집값 급등기인 2021년 164.1 대 1까지 치솟았다. 2022년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10.9 대 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총 청약자 수(51만2794명)는 최근 4년간 중 가장 많았다.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2021년(28만2475명)의 1.8배 수준이다.
올해 서울 강남권 대단지에서 로또 분양이 이어지며 청약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20∼30% 저렴한 수준에 책정되고 있어서다. 7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는 178채 모집에 청약자 수가 9만3000여 명 몰렸다. 당시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는 접속 대기 시간과 대기자가 각각 700시간과 500만 명이 넘는다고 안내되는 등 하루 종일 마비됐다. 8월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도곡 삼호아파트 재건축)’는 71채 모집에 2만8000여 명이 청약했다. 10월 송파구 신천동 ‘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도 397채 모집에 8만2000여 명이 몰렸다.
자금이 부족한데도 무작정 청약을 신청했다가 덜컥 당첨돼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대거 나왔다. 8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특별공급에서는 당첨 물량 594채 가운데 156채(26%)가 당첨이 취소되거나 계약을 포기했다.
부정 청약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상반기(1∼6월) 주택청약 및 공급실태 점검’ 결과 노부모나 자녀를 위장 전입시켜 부양 가족을 늘린 뒤 청약에 당첨된 사례 등 총 127건이 적발됐다.
경쟁이 치열해져 당첨자들의 청약 가점 기준이 높아지자 외려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71만9542명이다. 2022년 5월(2859만7808명) 대비 6.6% 감소했다.
다만 청약 열기가 인기 지역에 국한되면서 서울과 비(非)서울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6만6776채 중 98.5%는 비서울 지역에 몰렸다. 지역별로는 경기(9521채)에 가장 많았고 대구(8864채) 경북(7507채) 경남(5507채) 부산(4871채) 등 순이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내년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만큼 강남 등 인기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더 높아지겠지만 지방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쌓여 있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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