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후폭풍]
S&P “신용 AA 국가서 예상치 못한일
투자심리 정상화엔 시간 더 걸릴듯”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제 전화기, 이메일로 정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계엄 사태 이후 해외에서 문의가 폭주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내기도 한 이 총재는 평소에도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 글로벌 금융권 리더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문의가 쏟아질 만큼 이번 비상계엄이 불러온 해외의 충격이 컸다는 얘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4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신속한 해제는 신용등급 ‘AA’(세 번째로 높은 등급) 수준의 주권 국가에서는 매우 예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투자 심리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경제, 금융, 재정 신용 지표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명확해지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 역시 정치적 갈등이 길어질수록 한국의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디스 부사장 겸 수석 신용 책임자인 아누슈카 샤는 5일 동아일보에 “한국의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사태는 현 정부의 임기 동안 부각된 논쟁적이고 양극화된 정치 환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샤 부사장은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신뢰도를 저하시켜 한국의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S&P는 계엄령이 신속하게 해제됐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가 없었다며 “향후 1, 2년 내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에 따라 계엄이 일어났다”며 이번 사태가 대외 신인도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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