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후폭풍]
경제타격 현실화
글로벌IB 8곳 전망치 0.2%P 낮춰… 美보호무역 기조 강화 움직임속
내수부진-수출둔화 겹쳐 전망 암울… 과거 탄핵시기에도 소비심리 위축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 수출 증가세까지 꺾이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 중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가뜩이나 고물가, 고금리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리스크가 기업들의 투자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실제 성장률은 더 내려앉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 글로벌 IB, 내년 한국 성장률 1.8% 예상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씨티·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UBS·노무라·JP모건·바클리·HSBC)의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한 달 전(2.0%)보다 0.2%포인트 낮은 1.8%로 내려앉았다.
씨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6%로 하향했다. 씨티는 “올해 4분기(10∼12월)의 성장률 둔화와 함께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을 고려해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2%에서 1.8%로 각각 낮췄다. UBS(2.1%→1.9%), 노무라(1.9%→1.7%), JP모건(1.8%→1.7%) 등도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했다. 바클리(1.8%)와 HSBC(1.9%)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국내외 기관들도 이미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은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9%로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0%로 떨어뜨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에서 2.1%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2%에서 2.0%로 낮췄다.
그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은 올해 3분기(7∼9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2% 하락하는 등 급격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화학과 자동차 등의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반도체도 중국의 저가 반도체 공세에 밀려 수출 물량이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정치 불확실성 상승에 경제 위협”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실제 성장률이 더 미끄러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탄핵 정국 당시 소비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가 이어진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줄곧 기준선 100(100 이하면 비관적이라는 의미)을 밑돌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성장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탄핵 등의 정치적 이슈가 부각될 경우 예산 등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내외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불안으로 야기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물가가 더 뛰어오르며 소비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이슈가 터지면 소비를 하기보다 저축을 하거나 안전 자산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환율 상승 문제도 있기 때문에 내수 경제에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소비 심리가 더 위축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정치 불안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도 국내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과거 탄핵 시기에도 소비 심리가 감소하는 등 경제에 부작용이 컸다”며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교섭 이슈도 있고,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한 내수 침체 우려도 있는 등 불안 요소가 크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