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반도체 신소재인 유리기판을 제조하는 SKC 자회사 앱솔릭스에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약 1000억 원)을 지급한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SKC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칩스법 보조금을 확정 지급받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에 따라 각각 64억 달러(약 9조 1000억원), 4억 5000만달러(약 6400억원)을 받기로 예비적 거래각서(PMT)를 맺었지만 아직 법적 구속력을 갖춘 최종 계약은 맺지 못한 상태다.
이번 계약은 5월 앱솔릭스와 미 정부의 PMT 체결 이후 현지 실사를 거쳐 이뤄졌다. 미 상무부는 “이번 투자는 (미국에서) 약 1200개의 건설, 제조 및 연구개발(R&D) 일자리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보조금은 회사가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시에 약 3억 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해 완공한 1만 2000㎡(3630평) 규모의 유리 기판 1공장에 대한 것이다. 투자금액대비 보조금 비율은 약 22%에 달한다. 1공장에선 현재 시제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며, 회사는 향후 7만 2000㎡(2만 1780평) 규모의 2공장 건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앱솔릭스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 빅테크 및 중소기업, 학술 단체 등 30개 이상 단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에도 칩스법에 따라 최대 1억 달러(약 1400억원) 수준의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 연구개발(R&D) 보조금 수혜자로도 선정된 바 있다. 유리기판 분야에서 R&D와 생산 보조금을 모두 지급받게 되는 건 전세계 기업 중 앱솔릭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유리기판은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요 반도체 칩을 받침대 역할을 하는 기판 위로 조합하는 것이 패키징 작업이다. 기존 패키징은 단단한 플라스틱이 밑바닥을 지탱하고 전기 흐름을 제어하는 실리콘을 중간에 얹은 뒤 반도체를 쌓는 3층 구조였다. 유리는 딱딱하지만 실리콘과 성질이 유사해 플라스틱과 실리콘의 역할을 한번에 대체할 수 있다. 패키징이 3층에서 2층 구조로 압축되는 셈이다.
또 기존 기판보다 표면이 미끄러워 초미세 선폭으로 더 많은 회로를 넣을 수 있다. 기존 실리콘 소재 기판보다 가볍고 얇으며, 속도는 40% 빠르고 전력 소비량과 생산기간 등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앱솔릭스의 유리 기판은 전력 소비와 시스템 복잡성을 줄인다”며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 데이터센터를 위한 최첨단 칩의 성능을 높이는 중요한 고급 패키징 기술”이라고 밝혔다.
5일 SK그룹 인사에서 박원철 SKC 대표가 앱솔릭스 대표까지 겸직해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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