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순실 사안은 측근들이 해먹은 내용다. 이번에는 그와 다르게 군을 동원해서 국민을 향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진입한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한 직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당론으로 정해진 건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대통령) 업무정지”라며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책임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 국민이 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이 있고 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사실상 탄핵 찬성 주장을 이어갔다.
당 내에선 무기명 투표인 탄핵소추안 표결 시 여당에서 8표가 나오면 가결되는 만큼 7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오전 계엄령 해제에 찬성한 국민의힘 18명의 의원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 친한(친한동훈)계 4명, 5일 윤 대통령에게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한 5명의 소장파 의원, 이날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조경태 안철수 의원 중 중복되는 의원을 제외하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는 의원은 25명 정도로 꼽힌다.
● 韓 “제 의견은 대통령 업무정지”
한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것이다.
이후 한 대표는 용산 관저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왔다. 한 대표는 의총에서 “대통령에게 ‘3일 비상계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국민들에게) 입장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드렸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5일) “탄핵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한 대표가 하루 만에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위헌, 위법적인 정황이 실제로 확인되면서 당 차원에서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당 내에서도 이탈표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계속해서 탄핵에 반대하면 향후 정치적 행보가 사실상 끝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당 관계자는 “탄핵에 찬성할지 말지를 두고 정치 생명을 연장하느냐 아니냐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 탄핵 찬성표 가능성 거론 의원 20여 명
당 내에선 탄핵 표결이 진행될 경우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상계엄 해제에는 18명의 의원이 찬성했다. 여기에 전날 친한계 및 비윤계로 분류되는 초·재선 소장파 의원인 김재섭 김상욱 김소희 김예지 우재준 의원 등 5명이 “임기 단축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혀 탄핵 찬성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 4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해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친한계 의원들을 감안하면 더 많은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행위 자체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며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내일(7일) 탄핵안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 밖에 없음을 밝힌다”며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는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9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62표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당시 탄핵에 찬성한 43명의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의원과 여타 의원들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19명이 추가로 찬성한 셈이다.
다만 여전히 “대통령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만은 반대”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친한계 내부에서도 “보수 정당이 두 번 탄핵되면 2, 30년 풀 한포기 안날 것을 안다.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친한계 일부에서 탄핵 반대표가 나올 경우 한 대표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의원들이 안 따라줘서 탄핵에 실패하거나 여전히 탄핵 반대가 당론으로 유지되면 한 대표가 그만둘 것”이라며 “야심차게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구질구질하게 더 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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