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면서 6일 금융시장이 또 휘청거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 필요성을 언급하고, 일각에서 ‘2차 계엄’ 가능성이 불거지자 코스피는 한때 2,400 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원-달러 환율도 143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탄핵 등으로 ‘시계 제로’의 상황이 길어질 경우 증시가 장기 침체에 빠지는 한편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숨 가쁜 탄핵 정국에 시장 또 출렁
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9.75포인트(0.4%) 오른 2,451.60으로 오랜만에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오름세를 키우는 듯했던 증시는 정치 리스크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오전 9시 30분경 한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뒤 증시가 즉각 반응한 것이다. 오전 10시 30분경 군인권센터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차 계엄 의심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하자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코스피는 오전 장중 2,397.73까지 미끄러져 내렸다.
올 들어 코스피가 2,400 선 밑으로 내려온 건 ‘블랙 먼데이’가 연출됐던 8월 5일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지난달 15일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코스닥도 이날 오전 전일 대비 3.96% 하락하며 644.39까지 밀려 2020년 5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장중 최저치를 보였다.
오후 하락 폭을 다소 줄여 코스피는 2,428.16(―0.56%)에, 코스닥은 661.33(―1.43%)에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1416.0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오전 한때 1429.2원까지 뛰어오른(원화가치 하락) 것이다. 주간거래에서 1420원대까지 오른 것은 2022년 11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1430원대에 임박했던 환율은 그 후 다소 내려 오후 3시 30분 기준 1419.20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 심리가 더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 정치적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정책 공백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와 외국인 수급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도 “탄핵안 가결이든 부결이든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6일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정치적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또는 재정이 약화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최상목 부총리 “대외 신인도 영향 없도록 노력”
경제·금융당국은 비상계엄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이날도 분주한 행보를 이어 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외국 상공회의소 간담회에 참석해 “계엄 조치는 전부 해제됐으며 모든 시스템이 이전과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 했다.
외신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 부총리는 5일 진행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진입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너무 과도한 우려”라며 “최근 비상계엄 조치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히 해제됐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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