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위원장이 직접 판정 맡아도 규정 위반 아니라는 KOVO [발리볼 비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7일 08시 00분


6일 남자부 천안 경기 주심을 맡은 최재효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6일 남자부 천안 경기 주심을 맡은 최재효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프로배구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6일 남자부 천안 경기 주심에 최재효 심판위원장(51)을 배정했습니다.

리그를 막론하고 심판위원장이 직접 경기 진행을 맡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 KOVO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운영본부(본부장 김세진)는 심판위원장이 위원장 역할 뿐만 아니라, 심판으로써 경기 진행에 대한 분위기 및 환경을 익히기 위한 목적으로 라운드당 1회씩 심판을 투입하게 시키기로 결정하였음. 따라서 오늘 경기에 최재효 위원장이 심판에 투입될 예정임. 현 연맹 규정상 문제는 없음.”

KOVO 규약에 따르면 심판위원장은 “심판의 양성, 배정, 교육 등 심판의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 관리하고 심판의 복무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이 직접 판정을 맡는 게 정말 규정상 문제 될 게 없다면 그 규정이 이상한 게 아닐까요?

물론 실제로 정말 규정상 문제가 없는지는 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KOVO 심판수칙 ‘제4조 (금지사항) ➃’를 읽어보겠습니다.

“심판은 다른 심판의 판정능력에 대하여 일체의 비평을 하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KOVO 심판규정 ‘제11조 (평가회의)’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경기위원장, 심판위원장, 전문위원, (경기 진행을 맡았던) 심판은 해당 경기 종료 후 또는 다음 날 경기시작 2시간 전까지 심판평가서를 중심으로 심판평가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그러니까 심판위원장이 심판으로 나서면 이 심판평가회의 참가 자격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심판위원’이라는 자리가 따로 존재하는 게 바로 이런 논란을 피하려는 이유니까요.

그래서 심판규정 ‘제5조 (계약 및 제한)’에도 KOVO 전임심판은 ‘동종 업무분야 수행으로 업무 충돌 또는 리더십 범위가 중복되는 직책(심판분야 종사)’을 수행하면 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규정에는 “단, 책임자 직책이 아닌 실무 직책 수행 시 사전 연맹에 보고 및 승인 후 가능하다”고 단서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KOVO에서 심판위원장은 책임자 직책이 아닌가요?

심판위원장은 현직 전임심판 신분은 아니기에 이 조항을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신 KOVO 운영본부규정 ‘제10조(계약 및 제한)’에도 똑같은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심판위원장이 직접 심판대에 오르는 게 ‘동종 업무분야 수행으로 업무 충돌 또는 리더십 범위 중복되는 직책(경기·심판분야 종사)’에 정말 해당하지 않는 건가요?

심판위원장이 직접 판정을 내리는 일이 그저 ‘실무 직책 수행’이라 KOVO에서 승인하면 그만인가요?

KOVO 심판위원장이라는 자리의 존재의의를 묻게 되는 사례는 아니고요?

심판위원장이 진행을 맡은 경기에서 오심 의심 사례가 나오면 이를 누가 평가하나요?

KOVO는 운영본부장 몫이라는데 김세진 본부장은 심판 자격증이 없어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배구 팬 여러분, 지금 이 상황이 ‘업무 충돌’도 아니고 ‘리더십 범위가 중복되는’ 사례도 아니라는 게 납득이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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