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에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 등 10만여 명(경찰 추산)은 일제히 탄식했다. 이들은 “아이고 말도 안돼”,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내란죄 윤석열 탄핵하라”는 구호도 이어졌다.
반면 비슷한 시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던 보수 진영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했다.
● 서울 도심 ‘상경 시위’… 시민들 “탄핵” 외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등 양대노총이 주축이 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의사당 앞에서 모여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인원은 서울과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들로 점점 늘어 한때 경찰 추산 10만7000명으로 불어났다. 주최측은 집회 인원을 20만 명으로 신고했으나 중간에 시민들이 합세했고 최종적인 주최측 인원은 추산되지 않았다.
이날 탄핵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뉴스 속보로 전해지자 국회 앞의 시민들은 일제히 분노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42)는 “무책임의 끝인 것 같다”며 “(여당이) 최소한의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 씨(62) “국민을 신경 쓰긴 하는 건지 의문이다”며 “나는 계엄령 때 학생이었어서, 그게 얼마나 두려운 지 안다. 그런 계엄령이 21세기에 벌어졌는데…”라고 지적했다.
게중에는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경북 포항시에서 올라온 수험생 전희연 씨(19)는 손에 영어 단어책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오전 4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는 전 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대통령의 무책임한 모습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집회에 나와있던 고교생 성모 양(18)은 “국민의힘이 투표에 참여도 안하고 말을 바꾼 것에 분노를 느꼈다”며 “탄핵이 될 때까지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 보수단체, 광화문서서 ‘맞불 집회’
반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 성향 단체는 서울 광화문에 모여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 편도 6개 차로를 점거하고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 맞불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1만9000명의 회원들은 탄핵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우리가 이겼다. 전광훈 목사님이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전현수 씨(59)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흘렸다. 전 씨는 “대학 다닐 때 나도 독재에 맞서 싸웠지만 지금의 탄핵은 야당의 근거 없는 괴롭힘”이라며 “탄핵은 아니다 싶어 집회에 처음 나왔는데, 부결이라니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앞두고 국회 앞에선 각종 사건 사고도 잇따랐다.
낮 12시 20분경에는 국회 본청 인근에서 머리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검거되기 약 1시간 30분 전 112에 전화를 걸어 “국회에서 분신하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3시 반경에는 문구용 컴퍼스로 촛불집회 참가자를 위협한 중년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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