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불참 방식으로 무산시킨 데에는 윤 대통령이 이날 “임기를 당에 일임하겠다”며 한동훈 대표 등 당의 임기 단축 요구를 수용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전날(6일) 밤 추경호 원내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과 주진우 의원이 대통령실을 찾아 참모들에게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었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발표 뒤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못박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5시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 참여한 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시작되자 단체로 퇴장했다. 이는 직전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모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하고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표결 뒤 퇴장하기로 한 데 따른 것. 다만 안철수 의원은 본회의장에 남았고 이후 김예지 김상욱 의원은 다시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이중 김상욱 의원은 반대 표결을 했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들 대다수는 표결이 끝날 때까지 의원총회장에서 대기했다.
국민의힘의 탄핵 방어에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당에 임기를 일임하기로 발표한 게 영향을 끼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이 담화는 앞서 한 대표가 6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명령 의혹을 제기하며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압박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열린 마라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탄핵은 안 되지만 임기 단축은 불가피하다”는 중론을 형성했다. 이에 같은 날 오후 9시경 추 원대대표와 박 실장, 주 의원 등이 대통령실을 찾아 임기 단축을 비롯한 정국 안정 문제를 당에 일임하는 방안, 제2의 계엄은 없다는 약속, 대국민 사과,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의지 등을 밝혀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는 다음날 윤 대통령의 담화로 이어졌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인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에 임기를 일임하는 방식으로 한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한 대표가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승부수를 던진 게 먹힌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임기를 일임하라고 한 대상은 한 대표”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전날 정오경 국무총리 공관에서 한덕수 총리와 회동했다. 한 대표는 국회로 복귀해 기자들과 만나 “민생 경제와 국정 상황에 대해서 총리께서 더 세심하고 안정되게 챙겨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해주십사 하는 말씀을 나눴다”고 했다.
오후에는 앞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친한계 조경태 의원이 “한 대표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또 친한계인 진종오 최고위원, 우재준 의원 등도 줄줄이 특검법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에 대한 당론을 유지하면서 표결 불참 방식까지 확정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밝힐 윤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포함한 임기 단축 로드맵에 관심이 쏠린다. 당분간 한 대표는 한 총리 중심의 책임총리제로 정부를 운영하도록 하면서 당을 통해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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