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통화 내용 예측하고 피싱도 방지… AI 품은 통화 앱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9일 03시 00분


SKT, ‘T 전화’에 AI 더해
‘에이닷 전화’로 새 단장
스팸-피싱 실시간 탐지에
통화 요약-정보 제공까지

SKT가 올해 10월 출시한 ‘에이닷 전화’는 AI를 장착해 스팸 및 피싱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통화 요약 및 발신인 추정 정보까지 제공한다. SKT 제공
SKT가 올해 10월 출시한 ‘에이닷 전화’는 AI를 장착해 스팸 및 피싱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통화 요약 및 발신인 추정 정보까지 제공한다. SKT 제공
#대기업 영업사원 A 씨는 얼마 전 고객과의 미팅을 위해 이동을 하던 중 낯선 번호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워낙 스팸 전화를 많이 받는 터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AI가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정보를 보고선 재빨리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AI (인공지능) 예측’ 정보로 ‘B 업체 부장’이라고 발신자 예측 정보가 떴는데 ‘최근 통화 요약’ 정보에도 ‘제품 대량 구매를 위한 옵션 문의’라고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이전에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연락처와 정보는 메모해 두고선, 정작 스마트폰에는 연락처를 저장해 두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자칫 놓칠 뻔했던 잠재 고객사의 실무 책임자 문의를 AI 통화 앱 덕분에 제대로 챙길 수 있었다.

● 통화 환경을 바꾸는 AI

AI가 우리의 일상적인 통화 환경을 바꿔 놓고 있다. 스팸·피싱 등 범죄 위협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기본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통역하거나, 대화 도중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찾아준다. 언급한 일정을 자동으로 등록·관리하고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통화 도중은 물론이고 전후 단계까지 편리하게 AI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SKT)이 올해 10월 선보인 ‘에이닷 전화’가 대표적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통화 플랫폼 ‘T 전화’에 AI 기능을 더하고 브랜드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앱이다. 기존엔 AI 개인비서 앱 ‘에이닷’을 통해서만 통화 관련 AI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젠 에이닷 전화로 보다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서비스 이용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게 SKT 측의 설명이다. 앞서 출시한 AI 개인비서 앱 에이닷이 순항하고 있는 만큼 에이닷 전화 역시 단시간에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정식 출시한 에이닷의 가입자 수는 올해 9월 말 기준 550만 명을 돌파했다.

조현덕 SKT AI커뮤니케이션 담당은 “10월 출범한 에이닷 전화와 PC 버전 ‘멀티 LLM(대규모언어모델) 에이전트’로 SKT의 AI 서비스 전반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며 “전화 본연의 경쟁력을 AI로 강화하는 동시에 통화 전·중·후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AI 개인비서 서비스로 차별화한 통신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닷 전화를 대표하는 기능은 ‘AI 예측’이다.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지금 울리는 전화가 어디서 걸려온 것인지 미리 알려준다. ‘대화 팁’을 통해선 이번 통화에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를 제안한다. ‘대화 현황’ 항목에는 최근 상대방과 대화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 준다.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보다 원활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 스팸, 피싱 탐지 기능 고도화

스팸 및 피싱 탐지 기능은 한층 고도화했다. 이미 스팸으로 신고된 번호는 물론이고 신고되지 않은 의심 번호도 AI가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기존 T 전화도 안심 통화 서비스를 통해 특정 번호에 대한 스팸 의심 정보는 이미 제공하고 있었다. 전화번호에 대한 사용자의 평가(싫어요, 괜찮아요)를 분석한 정보였다. 에이닷 전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매일 실시간으로 전화번호 활동 패턴을 분석해 위험 번호를 탐지한다. 사용자 평가가 누적되기 전이라도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스팸 번호를 가려낼 수 있다는 의미다. 주의 정보를 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번호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도 있다.

스팸과 피싱을 넘어 보이스피싱 전화도 탐지한다. 스팸·피싱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는, 보이스피싱 전화만의 패턴을 학습한 별도 AI 모델을 적용한 덕분이다. 특히 경찰과의 협력을 통해 탐지 정확도를 높였다. SKT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제공한 보이스피싱 번호의 통화 패턴을 AI에 학습시켜 평균 통화 간격이나 통화 고객 수 등 통화 패턴 변수를 추출하고 보이스피싱 번호를 탐지하는 방식”이라며 “과거 사용자 평가나 스팸 탐지로는 알기 어려웠던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까지로 탐지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방대한 통화 데이터 분석은 또 다른 영역에서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통화가 어려울 정도로 전화가 몰리는 인기 음식점이 있을 경우, 업체 특성과 축적 데이터를 분석해 더 쉽게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한다. 업체별 특성에 맞는 태그나 인기 순위, 고객 분포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AI 업체 정보’ 기능도 있다.

통화와 관련된 서비스를 집약한 ‘에이닷 탭’의 기능들도 눈에 띈다. 평소 이 시간에 자주 통화한 사람 등의 정보를 분석해 AI가 통화할 상대방을 추천해 준다. 통화 녹음은 물론이고 녹음 내용을 글로 변환하고 AI가 핵심 내용을 정리해 주는 통화 요약 기능도 있다. 요약한 정보를 기초로 주요 내용과 일정을 상기하는 등 실제 비서를 둔 것처럼 상황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이닷 앱에서만 제공했던 ‘통역콜’ 기능도 에이닷 전화에 추가됐다. 말하면 실시간으로 동시통역해 상대방의 화면에 문장을 띄워 주는 서비스다. 현재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최근 메신저나 SNS와 같은 비대면·비실시간 소통 채널이 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콜 포비아(통화 기피증)’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AI 전화 서비스가 심적인 부담을 덜어 콜 포비아를 완화하고, 개인 생활이나 업무 등 다양한 영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이닷 전화#통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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