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덮친 ‘정국 혼란’… 관광-유통업계 등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9일 03시 00분


‘한국여행 자제령’에 관광업계 울상
도심 집회 늘어 호텔들 타격 우려
소비 위축에 車 연말 대목 위기
반등 노리던 백화점 등도 비상체제

산업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후폭풍을 거세게 앓고 있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던 관광산업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여행제한 권고로 회복의 불씨가 꺼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은 이미 침체된 내수 경기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 수 있어 연말 특수로 반등을 노리던 유통 및 소비재 산업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대체 무슨 일” 불안한 외국인 관광객

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여행이 안전한지’를 묻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발표 당일과 다음 날 아침 ‘무슨 일인 것인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프런트에 쏟아졌다”고 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이에 더해 각종 행사·연회 일정 취소를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위축되는 데다 도심 지역 대규모 집회 등으로 행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들도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자국민에게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광화문과 대통령실(삼각지), 국회(여의도) 일대에서 시위가 예상된다”고 했고, 이스라엘 외교부도 한국 여행에 대해 “방문 필요성을 검토해 보라”고 공지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속되는 시위 등으로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들이 발길을 줄일 것”이라며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민간과 공동 대응반을 구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일 여행 관련 민간 협회, 단체와 관광 분야 현안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해외 여행객의 문의나 예약 취소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공동 대응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 소비 심리 위축에 ‘연말 대목’ 사라질 위기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두 번의 탄핵 정국 때도 내수 경기가 급락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직후인 그해 2분기(4∼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로 전 분기(1∼3월)의 95보다 6.3% 떨어졌다. 같은 해 4분기(10∼12월)에는 85까지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로 두 달 전보다 1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12월은 완성차 업체들이 각종 할인 이벤트를 공격적으로 펼치는 자동차 판매 성수기로 꼽힌다. 올해는 정치적 이슈와 함께 파업까지 진행돼 악재가 겹쳤다. 이달 5, 6일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이 부분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11일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사회의 관심이 탄핵 이슈로 쏠리며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국내 판매가 부진했는데 연말에 또 다른 대형 암초를 만난 셈”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시즌 특수로 반등을 꾀하던 백화점 등 유통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내년 사업 계획 재검토를 포함한 긴급 경영 전략회의를 여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 유통 대기업 임원은 “지금 같은 대형 악재가 생기면 내수 기업들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투자를 포함한 모든 경영 활동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여행 자제령#도심 집회#소비 위축#기업 비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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