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보름 전인 지난달 18일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군 지휘부가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 대한 전술토의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의 경고에도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테러가 이어지자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경우 원점 타격을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는 것.
당시 김 장관은 공세적 대응 시나리오를 주장했지만, 김명수 합참의장 등 합참 지휘부는 신중한 대응 기조를 고수해 다소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을 명분으로 대북 국지전을 야기해 계엄 사태를 촉발하려고 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 민주 “김용현,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8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합참 전투통제실(지하벙커)에서 김 전 장관이 주관하는 전술토의가 개최됐다. 북한 지역에서 대남 오물풍선 부양이 확인된 직후였다. 김 의장 등 합참 지휘부와 합참의 정보·작전 책임자, 국방부 실·국장 등 20∼3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오물풍선 도발에 나서자 부양 원점에 대한 식별과 타격 가능 여부 등을 점검하고 검토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앞서 합참은 9월 북한의 오물풍선이 계속 넘어오자 도발이 선을 넘는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북한에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군은 ‘단호한 군사조치’에 원점 타격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달 18일과 28일을 포함해 올해 총 32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남으로 날려 보냈다.
다른 소식통은 “김 전 장관이 토의 과정에서 자기 주장을 강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주장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을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 전 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 상황에서 그 원점을 타격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김 의장 등이 반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김 전 장관이 합참 벙커에 내려가 김 의장에게 (오물풍선 부양 원점을) 원점 타격하라고 지시했지만 김 의장이 거부하자 크게 질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8일 밝혔다.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도 이를 반대해 실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합참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원점 타격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소식통은 “지난달 28일엔 김 전 장관이 합참 전투통제실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또 18일에 열린 전술토의 과정에서 김 전 장관과 김 의장 등 합참 지휘부 간 대응 수위와 방식을 두고 다소 이견은 있었지만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을 질책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김 전 장관의 계엄사태 전후 행적으로 볼 때 당시 전술토의가 계엄 준비와 관련된 모종의 의도를 갖고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김 의장 등 합참 지휘부는 통상적 전술토의라고 인식했다”며 “김 전 장관이 설령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합참 지휘부는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 “평양 무인기 기획” 의혹에 軍 “우린 아냐”
야당은 10월에 발생한 ‘평양 무인기’ 사건도 김 전 장관이 기획, 실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으로 보내졌고, 이는 당시 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내부 확인을 받았다”며 “이 같은 행위가 계엄 준비 작업을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발표한 10월 11일 밤 김 전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도중 이를 보고받고 전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그 뒤 군 자체적으로 경위를 파악했지만 군 차원에서 이를 보낸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야당은 김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지휘하는 방첩사가 김 전 장관 지시로 무인기를 평양에 보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여 사령관은 본보에 문자를 보내 “방첩사는 무인기와 일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모든 의혹을 군에 연계하는 건 섣부르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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