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검찰 “합동수사”에 경찰 “고려안해”… 공수처 “계엄사건 넘겨라” 이첩 요구
野 “檢, 내란 수사 축소-은폐 우려… 경찰이 특검前까지 수사 이끌어야”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건에 대해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각 수사기관이 경쟁을 펼치듯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중복·중첩 수사로 인한 수사 정당성 흠결 논란뿐 아니라 핵심 피의자와 증거가 흩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비상계엄 사건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공수처 수사4부 등 3곳이 수사 중이다. 특수본에는 군검찰 인력도 합류해 수사 중이다. 3곳의 경쟁 국면이 이어지면서 8일부터 문제점이 노출됐다. 검찰은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조사하다가 긴급체포해 신병을 확보했다. 하지만 같은 날 경찰이 김 전 장관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주요 증거물은 경찰이 가져간 상황이다. 핵심 피의자와 증거가 각각 다른 기관에 구금 및 압수돼 있는 것이다.
박세현 특수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곳이 군과 경찰이고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체포돼서 조사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합동 수사를 제안한 바 있다. 경찰이 합동 수사를 제안하면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인 만큼 경찰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현재로선 합동 수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6일 법원에 김 전 장관 등에 대해 내란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중복 청구’ 사유로 기각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8일 오후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첩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경찰청은 “법률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중 수사, 과잉 수사가 되다 보면 그 자체로 수사에 대한 흠집이 생기게 되고, 법원에서도 경찰과 검찰의 같은 영장을 받아 봐야 하는 등 행정력 낭비도 심해질 것”이라며 “수사기관 간 조화로운 협의를 통해 통합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누가 주도할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은 내란 수사의 주체가 결코 될 수 없다”며 “손대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실이 이미 내란이 아닌 직권남용으로 (혐의를) 축소하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잡고, 검찰 수뇌부와 소통하고 있다”며 “(검찰에는) 법적인 조사 권한도 없고, 윤 대통령과 뿌리 깊은 이해관계 공유로 내란을 은폐할 동기가 충만하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검찰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수사해 기소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 기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되자마자 김 전 장관이 자진 출두하고, 긴급 체포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모두가 한통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특검이 꾸려지기 전까지는 국가수사본부가 주도적으로 수사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안에 ‘내란 특검법’도 발의하기로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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